‘승기악탕(勝妓樂湯)’이란 이름의 음식이 있다. 오늘날 이 이름을 처음 듣는 이들의 반응은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숨겨져 있던 전래의 비법을 찾아내 달여낸 만병통치약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노래와 연기를 모두 하는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들어 낸 음식 이름이다. 그러나 둘 다 아니다. 닭고기를 주재료로 해서 표고버섯, 박오가리, 달걀 등을 함께 넣고 진한 국물로 끓여내는 음식이다.
그런데 19세기 초 ‘규합총서’에 나오는 이름 속 ‘기생보다 낫다’는 뜻의 ‘승기’는 잘 이해가 안 된다. 한자의 뜻으로는 잘 통하지 않는다면 한자를 뜻이 아닌 소리로만 쓴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 음식이 부산의 왜관(倭館)을 비롯한 경상도 지역에서 즐겨 먹는 것으로 소개된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 이 음식은 오늘날 우리가 ‘스키야키(すきやき)’라는 이름으로 먹는 일본 음식으로 보인다.
이 음식의 이름이 쟁기(鋤)의 쇠 날에 고기를 구워 먹었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이 요리는 구이라기보다는 전골 요리이고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쇠고기를 금했으니 조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래서 삼나무(杉)로 만든 조리도구로 끓여 먹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더 와닿는다. 하지만 쟁기와 삼나무의 일본어 발음은 각각 ‘스키(すき)’와 ‘스기(すぎ)’이니 앞의 설명이 더 정확한 것 아닐까?
흥미롭게도 승기악탕은 두 번째 설명을 지지한다. 유성음이 포함된 ‘스기’는 우리의 귀에는 ‘승기’나 ‘승이’로 들리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그 이름이 ‘스키’로 바뀌었지만 19세기 무렵에는 ‘스기’였다면 ‘승기(勝妓)’로 적을 수 있다. 그런데 한자 표기가 ‘樂’과 ‘藥’을 넘나들며 혼란스럽게 쓰이기도 하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장광설은 여기까지! 음식을 두고 너무 말이 많으면 안 되니 따뜻할 때 스키야키를 즐기는 게 좋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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