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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스포츠단상] 폭염은 이제 경기 조건이다

며칠 전 막을 내린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의 시계가 잠시 멈추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선수의 부상이나 반칙 때문이 아니었다. 극심한 더위 속에서 선수들이 물을 마시고 체온을 낮추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Hydration Break)’였다.

[스포츠단상] 폭염은 이제 경기 조건이다

며칠 전 막을 내린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의 시계가 잠시 멈추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선수의 부상이나 반칙 때문이 아니었다. 극심한 더위 속에서 선수들이 물을 마시고 체온을 낮추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Hydration Break)’였다. 90분 동안 쉼 없이 승부를 이어가야 한다는 축구의 오랜 관행도 인간의 안전 앞에서는 잠시 숨을 골랐다.

과거에는 경기 도중 휴식이 경기의 흐름을 끊는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수분 보충과 체온 조절은 특별한 배려가 아니다. 선수의 생명을 보호하고 정상적인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경기 운영의 일부다. 기후가 변하면서 스포츠도 함께 변하고 있다. 이제 폭염은 경기 밖의 환경이 아니라, 경기 자체를 좌우하는 새로운 ‘경기 조건’이 되었다.

스포츠는 본래 양면성을 가진다. 우리는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지만, 신체활동이 이루어지는 순간 충돌과 낙상, 탈진과 부상의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스포츠 참여가 늘어나고 활동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도 함께 증가한다. 그렇다고 위험을 이유로 스포츠를 멈출 수는 없다. 스포츠 현장의 모든 사고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안전의 의미가 시작된다. 안전관리의 목표는 ‘사고 제로(Zero Accident)’를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현장의 위험요인을 미리 찾아 사고의 발생 가능성과 피해의 크기를 평가하고, 다양한 예방조치를 통해 위험을 사회적으로 허용 가능한 수준(ALARP)까지 낮추는 것이다. 이것이 위험성평가(Risk Assessment)의 본질이며, 현대 안전관리의 핵심 철학이다. 자연재해로 분류되는 폭염 역시 마찬가지다. 더위를 없앨 수는 없지만 경기 시간을 조정하고, 충분한 휴식과 냉각 시간을 확보하며, 의료체계와 그늘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위험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폭염은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는 매년 기록적인 폭염을 경험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2024년 온열질환자는 3천704명, 추정 사망자는 34명이었으며, 2025년에는 환자가 4천460명으로 증가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폭염을 일시적인 변수로 보기에는 그 피해가 너무 크고 반복되고 있다.

특히 생활체육 현장은 더욱 세심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전문스포츠와 달리 생활체육에서는 선수와 관중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오전에는 참가자였던 사람이 오후에는 응원석에 앉고, 부모는 관중이었다가 아이의 보호자가 되며, 운영요원은 경기장을 정리하다 응급상황의 첫 목격자가 되기도 한다. 결국 한 사람의 안전은 모두의 안전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폭염 대책도 경기 중인 선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참가자와 가족, 심판, 지도자, 운영요원까지 포함하는 하나의 안전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제도에도 반영되고 있다. 2024년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1천 명 이상이 참여하는 체육행사에 안전관리계획 수립과 안전관리책임자 지정 등을 의무화했다. 이는 규제를 하나 더 만든 것이 아니다. 체육행사의 성공 기준이 단순히 ‘행사를 개최하는 것’에서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회적 선언이다.

물론 현장은 녹록지 않다. 한정된 예산, 어렵게 확보한 시설, 생업을 뒤로하고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을 생각하면 현장 실무자들은 가능한 한 예정된 일정을 지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안전관리는 행사를 무조건 멈추는 기술이 아니라, 위험을 정확히 판단하고 안전하게 이어가는 기술이어야 한다. 경기 시간을 조정하고, 휴식 횟수를 늘리며, 필요하면 일부 일정을 과감히 변경할 수 있는 유연한 판단이야말로 진정한 안전관리의 전문성이다.

우리는 아직도 스포츠를 기록과 승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러나 안전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스포츠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참가자와 관중, 심판, 지도자, 운영요원 모두가 안전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할 때 비로소 안전한 스포츠행사가 만들어진다.

좋은 대회는 우승자를 만드는 대회가 아니라 모두가 스포츠를 즐기고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대회다. 스포츠의 기록은 역사에 남지만, 안전은 사람의 삶에 남는다.

박성배 안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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