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편의점이 변하고 있다. 점포 수는 줄었지만, 역설적으로 편의점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쇼핑과 식사를 넘어 택배·금융·안전망 기능까지 수행하며 도시 생활의 기반 시설로 자리를 굳히는 중이다.
점포는 줄어도, 역할은 커지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6년 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점포 수는 5만3,262개로 전년 동월 대비 2.9% 줄었다. 1988년 국내 편의점 도입 이후 연간 점포 수가 감소한 것은 2025년이 처음이었고, 2026년 들어서도 감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점포가 줄어도 매출은 소폭 증가한 상황이다. 같은 자료에서 1월 편의점 점포당 매출은 4866만9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 증가했다. 전체 편의점 매출도 전년 동월 대비 0.8% 증가하며 7개월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전체 오프라인 유통 매출이 0.6%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연간 편의점 매출 성장률도 추세적 변화를 보인다. 2022년 10.8%까지 올랐던 성장률은 2023년 8.0%, 2024년 3.9%로 낮아지다가 2025년에는 0.1% 증가에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흐름을 "점포 확장에서 점포 내실화로의 전환"으로 분석했다.
방문 횟수는 줄어도, 지갑은 더 연다
오픈서베이가 지난 2월 발표한 '편의점 트렌드 리포트 2026'(최근 1년 내 편의점 구매 경험자 1000명 대상)은 소비 패턴의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2022년 88.8%였던 편의점 이용률은 2026년 83.1%로 낮아졌고, 월평균 이용 빈도도 같은 기간 10.7회에서 8.5회로 줄었다. 반면 1회 평균 지출금액은 2022년 7589원에서 2026년 7813원으로 증가했다.
편의점을 대체할 채널이 없다는 인식도 뚜렷하다. 같은 보고서에서 편의점 구매 경험자의 84.1%가 "편의점이 없어지면 아쉽거나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용률이 낮아지는데도 편의점의 존재감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다.
또 식료품(김밥·샌드위치·음료·과자 등)이 여전히 66.5%로 과반을 차지하지만 전년 대비 4.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생활용품(일회용품·상비약 등)은 2.3%포인트, 편의서비스(택배·ATM·티머니 충전 등)는 1.9%포인트 증가했다. 편의점이 간식 구매처에서 생활 전반을 해결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택배 허브로 진화하는 편의점
편의점의 생활 인프라화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영역은 택배다. GS25는 전국 1만8000여 개 점포 인프라를 기반으로 반값택배 서비스를 운영하며 연중무휴 생활 물류 거점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도 2025년 8월 예약하기와 카카오맵에 편의점 택배 예약 서비스를 도입했다. 별도 앱 설치 없이 한 곳에서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4개 브랜드의 택배 비용을 비교하고 예약할 수 있게 됐다. 편의점 택배가 단순 부가 서비스를 넘어 일상 물류 인프라로 편입되는 흐름이다.
이런 가운데 단순 프로모션 확인 채널이었던 편의점 앱은 재고 조회(46.4%), 단골매장 등록(35.9%), 온라인 예약 주문(24.8%) 등 실질적인 구매 편의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안전망 기능 확대, 규제는 뒤처져
편의점은 약국이나 우체국이 없는 지역에서도 상비약·식료품·택배·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복지의 빈틈을 메우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도서·산간·군사 지역에서도 편의점이 택배·송금·안심지킴이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공식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행 약사법상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한 안전상비의약품은 최대 13개 품목으로, 협회에 따르면 품목이 13년째 확대되지 않고 있다. 24시간 영업점에만 판매를 허용하는 규정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시간 영업 점포에도 판매를 허용하면 지방 '무약촌' 공백을 메울 수 있지만 관련 규정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1인가구 비율이 36%를 넘어선 한국 사회에서, 편의점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생활 서비스 플랫폼이 됐다. 점포 수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지금, 이를 뒷받침할 규제 환경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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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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