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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손바닥에 굳은살 하나 없던 야구선수, 우승 감독 된 비결 1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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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굳은살 하나 없던 야구선수, 우승 감독 된 비결 10가지

책을 열면 "나는 한량이었다"라는 첫 문장을 만나게 된다.

겉으로 봐선 모른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래 꽃길만 걸었다. 야구 명문인 광주일고, 고려대를 거쳐 199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프로팀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했다. 입단 첫 해 주전 자리를 꿰차더니 처음엔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타격, 수비가 빛났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미래가 밝은 선수였다.

프로야구 태평양 돌핀스 입단 당시 염경엽(오른쪽). 그는 가장 주목받는 신인 중 한 명이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속으로는 썩어가고 있었다. 비교적 넉넉한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재능이라 불릴만한, 타고난 운동신경도 있었다. 거칠고 힘든 훈련은 싫었지만 경기에 나가서 조금만 집중하면 별로 크게 어렵지 않게 공이 글러브로 날아들었고 방망이에 정확하게 맞았다. 그 재미가 보통이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 이미 태극마크를 달았고 대학 때는 최우수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역경? 고난? 그런 게 뭔지 몰랐다.

"적당히 훈련하고 즐겁게 놀았다" '한량' 염경엽

그래서 오만했다. 야구? 그거 적당히 해도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 경기에 나가면 열심히 하되 훈련은 적당히 했고 노는 건 즐겁게 놀았다. 몸 아프다는 둥 핑계도 잘 둘러댔고, 술도 잘 못하면서 나이트클럽 같은 곳을 그렇게나 따라다니며 놀았다. 스스로도 야구 선수 중 "손바닥에 굳은살이 없는 유일한 선수"라 했다.

"절실하지도 우직하지도 않았으니" 성적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부족했던 체력을 보충하지 않고 술 먹고 놀았으니 매년 시즌 초에만 반짝하다 금세 퍼지는 패턴이 이어졌다. 고칠 생각도 의지도 없었다. 대학 때까지 홈런도 곧잘 치고 안타도 매섭게 때리면서 수비도 기가 막히게 잘 하던 유격수가 '그저 그런 수비형 유격수'로 내려 앉더니 1996년 마침내 주전에서 탈락했다.

대주자, 대수비로 한 해 몇 게임 정도만 출전하다 2000년 은퇴했을 때 그에게 남겨진 것들은 이랬다. 통산 타율 1할9푼5리. 51타석 연속 무안타 기록. 그리고 1998년 소속팀 현대 유니콘스 우승 땐 몇 경기도 출전하지 않은 채 우승 보너스를 받은 덕분에 얻은 '불로소득자'란 별명.

선수로는 실패했어도 지도자로 성공하겠다

반전은 여기서부터다. 선수로 실패한 그는 지도자로 성공하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는 2000년대 들어 구단의 행정을 담당하는 프런트로 변신했다. 죽도록 일했고, 인정받았고, 코치로 변신했다. 이후는 알려진대로다.

넥센, SK 등 당시 약체라 평가받는 하위팀에서 숨겨진 저력을 이끌어냈고 단단한 팀을 우승대로 밀어올렸다. LG 트윈스에서는 마침내 2023년, 2025년 두차례 통합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선수와 프런트를 다 겪어본, 선수로 감독으로 단장으로 모두 다 우승해본 사람이 됐다.

지난해 10월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KBO 통합우승을 차지한 LG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뉴스1

'결국의 너의 시간은 온다'는 이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한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의 책이다. 어찌보면 이제는 잊고 싶을, 쑥스럽고 겸연쩍은 얘기까지 모조리 다 책에다 쏟아낸 이유는 한 줄로 요약된다. "내 실패를 이용하라. 그리고 너희들은 다른 길로 가라. 영리하게 성공하라."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이 말을 두고 염 감독은 "내 야구 인생 전체를 걸고 하고 싶은 말"이라 했다.

그래서인지 책에 대한 반응도 좋다. 출간 즉시 재쇄, 3쇄를 곧바로 넘겼다. 가장 큰 반응은 역시 LG 트윈스 팬들이 많은 서울 경기 지역. 하지만 이 책에 대한 관심은 야구만을 넘어섰다. 책을 낸 웅진지식하우스의 강효경 대리는 "단순한 야구 얘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기계발, 조직관리, 코칭, 멘토링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이야기여서 야구팬을 넘어 기업이나 단체 등에서 책을 구입하는 건 물론, 강연 요청도 엄청나게 많았다"고 전했다.

책은 '승부'에 대한 얘기다. "야구는 꼴등도 3분의 1은 이기고 1등도 3분의 1은 진다. 승부는 나머지 3분의 1에서 갈리는데 그 3분의 1은 1점차 승부다. 그것을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에 따라 팀의 운명이 정해진다." 염경엽 감독의 표현이다. "5연승보다는 2연패 뒤에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염 감독. 2026년 프로야구 개막을 맞아 그가 설파한 성공 방정식을 10가지로 정리해봤다.

1. 오너를 설득할 수 있는 상향 리더십까지 갖추라.

흔히 조직 내 리더십이라면 윗사람의 명을 받들어 아랫 사람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걸로만 착각한다. 아니다. 상향, 그러니까 윗사람을 설득해내는 능력 또한 리더십에서 중요한 문제다. LG 코치 시절 구단이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 부정적인 분위기였던 적이 있다. 그래서 구단주 앞에서 FA로 저 선수들을 영입하게 되면 앞으로 3년간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직접 프레젠테이션 해서 승낙을 받아냈다. 물론 이런 설득의 밑바탕엔 자신만의 전문성과 실력이 있어야 한다.

2. 모두가 고개 끄덕일 투명한 운영원칙을 세운다.

팀 내 갈등과 불신과 오해가 쌓이면 망한다. 불필요한 감정이 쌓이지 않도록 한다. 염 감독은 아예 시즌 시작 전 운영원칙을 만들어 선수단과 공유한다. 넥센 감독 시절부터 그랬다. 주전 선수 관리, 백업 계획, 퓨처스 콜업 기준 등 '몇 이닝 던지고 투구 수가 어떻게 되면 그 다음엔 누구를 마운드에 세우고 다음날엔 이렇게 한다'까지 세세하게 정했고 정한 이상 엄격하게 지켰다. LG에 와서 작성한 매뉴얼은 158쪽 분량이나 됐다. 운영철학, 훈련방향은 물론 투수 타격 주루 각 분야의 작전과 훈련법, 선수 루틴, 팀 플레이 등을 모두 담았다. 밉다고 내치고 마음에 든다고 기회주고 그러지 않는다는 얘기다.

3. 팀케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감독, 코치들이 흔히 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머리가 굵어질 대로 굵어진 팀내 고참들이 버겁다는 이유로 만만한 어린 선수들만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정작 자기네들은 고참들에게 괜한 소리 한마디도 못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말을 전해주길 바라기까지 한다. 어떻게 보면 이 모두가 자기 편하려고 하는 일이다. 원팀으로 만들려면 열린 커뮤니케이션으로 고참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 고참 대여섯만 잡으면 어린 선수들과 팀 분위기는 알아서 따라온다.

4. 핑계대지 않는다.

이건 더 설명할 것도 없다. 공은 팀원들 덕이고 과는 나 때문이다. 늘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는 원칙이다.

5. 과감한 권한 위임으로 중간 리더를 키운다.

자존감 높은 리더만이 권한을 과감히 위임한다. 최악의 리더는 자기 욕심을 부리느라 후배를 키우지 않는 리더다. 그래서 염 감독은 선수들에겐 되레 너그럽고 코치진은 엄청 괴롭힌다. 자율권을 주되 자료, 계획, 피드백을 수시로 주고받는다. 그런 경험이 쌓여야 그들이 나중에 다른 팀을 맡아서도 성과를 낼수 있다. 일에 대한 태도가 좋은 사람을 골라 중간 리더로 키워둬야 한다.

6. '고친다' 대신 '채운다'는 표현을 쓴다.

LG 투수 김영우는 '공은 빠른데 제구력이 문제'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구속을 줄이고 대신 정확하게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연습을 시켰다. 이어 1군 패전조에 배치했다. 실전에서 부담없이, 어깨에 힘 빼고 스트라이크를 꽂아보는 경험을 쌓게 해준 거다. 반대도 있다. 넥센 시절 김하성을 염 감독은 일찌감치 메이저리그감으로 찍었다. 그래서 더 혹독하게 대했다. 단점은 지적하는 게 아니다. 목표를 제시하고 거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거다. 그게 함께 성장하는 길이다.

2021년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진출 기자회견 하던 김하성. 스스로를 "프로에 가기 급급했던 선수"라 표현한 그는 넥센에서 염경엽 감독을 만나 메이저리그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7. 쓸데 없는 내부 경쟁을 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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