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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도는 빨라지고, 불안은 깊어진다…기술 감속주의로 여는 다른 미래

저자 이광석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점에서, 낯설고 어리석어 보일 수 있는 감속주의를 삶의 방법으로 새롭게 채용할 것을 주문한다. 이는 느리면서도 꼼꼼한 작업, 즉 수탈의 인프라 구조에 대한...

속도는 빨라지고, 불안은 깊어진다…기술 감속주의로 여는 다른 미래

편리함은 확장되는데 삶의 균열은 커져

테크·인간·환경의 얽힘, 존재 위기도 증가

AI 분야에서 글로벌 G3가 되어야 한다는 정부 정책 기조는 물론,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날로 상승하는 현실을 보면서 AI가 우리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 혹은 기술 긍정주의가 널리 퍼져가고 있다. 일상생활과 업무 영역에서 AI를 얼마나 잘 쓰고 있는지에 대한 경험담과 프롬프트 팁들이 SNS를 통해 자주 공유되고, 이러한 글들을 보면서 나만 뒤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이 형성된다.

다른 한편으로 이제 인간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노동 대체에 대한 전망들이 제시되면서 취업을 목전에 둔 청년들을 우울하게 한다. 지난 9일(현지 시간 기준) 미국 갤럽이 발표한 ‘Z세대 목소리(Voices of Gen Z)’에 따르면 청년 세대들은 AI를 매일 쓰면서도 분노나 불안 등의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AI를 둘러싼 기술과 산업 담론의 장밋빛 전망만큼이나, 노동자 혹은 사용자들의 다층적인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다.

『AI 미디어 생태학』은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과 환경, 그리고 사회의 관계를 복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요청하는 책이다. 특히 이 책에서 주장하는 기술에 대한 생태주의적 접근은, 기후 위기를 비롯한 다중 위기 상황에서 기술과 인간 그리고 생태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인공지능은 기술의 영역에서 그리고 가상의 공간에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에너지 소비, 노동, 자연 수탈과 물질 오염이 일어나는 인프라 물질계와 생각과 말, 감정과 사회생활, 일 등의 기술 수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인간 사회계가 다중적으로 얽혀 있는 산물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생태 리터러시는 이러한 얽힘을 이해하는 역량이자 복합적 위기에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AI의 다른 미래에 대한 상상력은 대체로 예술 작품을 통해 구현되고 설명된다. 종종 다른 사람들과 AI의 문제를 논의할 때, 정책이나 제도와 같은 사회과학적 해답이 아닌 예술 비평이 제시되는 데 대한 의문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논의하는 방법론으로서의 형상화와 은유의 힘을 알면서도, 특히 인공지능 영역처럼 정부가 앞장서서 속도를 강조하는 현 시점에서라면 보다 구체적이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비판적 도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가장 주의를 기울여 논증하려고 하는 지점도 바로 이러한 속도의 문제에 대한 것이다. 기술 낙관주의에 따른 가속주의적 태도는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을수록 우리의 삶이 나아질 것처럼 말하며, 디지털 기술의 민주적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이를 성장의 도구인 것처럼 이해하게 한다.

그리스가 내년부터 호주, 인도네시아에 이어 청소년과 어린이의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첨단 기술은 확산되는데 불안은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몸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미치고 있는 포괄적 영향에 대한 평가 없이 AI라는 하나의 기술을 향해 질주할 경우 우리의 생존 자체가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저자 이광석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점에서, 낯설고 어리석어 보일 수 있는 감속주의를 삶의 방법으로 새롭게 채용할 것을 주문한다. 이는 느리면서도 꼼꼼한 작업, 즉 수탈의 인프라 구조에 대한 검토, 알고리즘의 분석, 합성물의 유통과 소비, 데이터 센터의 문제나 노동자-시민에 대한 감시, 사회에 대한 공통 감각에 미치는 효과 등을 파악하는 일을 필요로 한다.

이 교수는 기술의 속도를 늦추는 일은 낯설지만 실행이 가능한 방법이라는 점을 공들여 제안하고 있다. 실제로 다양한 역사적 실험들과 사례들이 있다는 점, 현재 지역적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저항 운동과 실천들에 주목할 필요성 등이 논의되며, 아트-테크가 그저 상상을 말하는 것이 아닌 감속의 실체를 보이는 실험실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기술과 생태, 인간을 함께 고려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기술의 질주를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책의 제안들을 함께 읽어 나가면서 이를 현실적 힘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실천적 연대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교수

김수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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