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3개월 만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이승우 기자)
[충남일보 이승우 기자] 중동 정세 불안이 국내 소비 심리를 빠르게 위축시키며 경기 인식 전반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0으로 전월 대비 5.1p 하락했다.
이는 2024년 12월 비상계엄 당시 12.7p 급락 이후 가장 큰 낙폭으로, 최근 회복 흐름을 이어가던 소비 심리가 다시 꺾였음을 보여준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를 종합해 산출되는 지표로, 장기평균인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낙관적, 밑돌면 비관적 심리를 의미한다.
이번 수치는 여전히 기준선을 상회하지만 하락 폭과 방향성 측면에서는 경기 인식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수 흐름을 보면 지난해 11월 글로벌 통상 환경 개선 기대와 성장률 호조 영향으로 반등한 이후 12월 다시 하락했고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 개선에 힘입어 1월과 2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3월 들어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국제 유가 상승,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겹치면서 석 달 만에 하락 전환됐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경기 관련 인식이 전반적인 하락을 주도했다. 향후경기전망지수는 89로 전월 대비 13p 급락해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고 현재경기판단지수도 86으로 9p 떨어졌다. 이는 고유가와 공급망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가계 체감 경기 역시 악화됐다. 생활형편전망지수는 97로 4p 하락했고 현재생활형편지수는 94로 2p 떨어졌다.
가계수입전망지수도 101로 2p 낮아지며 향후 소득 여건에 대한 기대가 다소 약화된 모습이다. 반면 소비지출전망지수는 111로 변동이 없어 소비 의향 자체는 아직 급격히 위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와 금리에 대한 기대는 상승 흐름을 보였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 대비 0.1%p 상승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중동 정세로 인한 고유가와 환율 상승 우려가 반영되면서 향후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인식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전망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6개월 후 금리 수준을 예상하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09로 4p 상승했다.
시장금리 상승 흐름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향후 금리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는 크게 약화됐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96으로 전월 대비 12p 급락하며 기준선인 100을 하회했다.
이는 1년 뒤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응답이 상승 전망보다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해당 지수가 100 아래로 내려온 것은 약 13개월 만으로, 최근 금리 상승과 세제 변화, 매도 물량 증가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예고에 따른 매물 증가 전망과 대출금리 상승이 주택 수요 심리를 위축시킨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지역별로는 차별화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시장 전반의 추세적 하락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된다.
이흥후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부정적인 경기 판단이 증가했다”며 “그 영향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상당 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전쟁 전개 양상과 공급망 영향, 반도체 경기, 주요국 정책 변화 등이 소비 심리와 기대 인플레이션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물가 상승 요인에 대한 응답에서는 석유류 제품이 80.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공공요금 35.6%, 농축수산물 28.6%가 뒤를 이었다. 특히 석유류 관련 응답 비중은 전월 대비 52.7%p 급증해 에너지 가격이 소비자 물가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여전히 장기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나 경기와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하방 압력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향후 중동 정세와 국제 유가 흐름, 금융시장 안정 여부에 따라 소비 심리의 추가 위축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계 한 전문가는 “최근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은 단순한 경기 둔화 우려를 넘어 물가 상승과 금리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적인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며 “중동 리스크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소비 위축이 실물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책 대응과 시장 안정 조치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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