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해 울산시의회 의장. 울산시의회 제공
이영해 제9대 울산시의회 전반기 의장이 "집행부의 발목을 잡는 구태 정치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식물 의회도 경계하겠다"며 정책과 실력으로 견제하는 의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16년 만이자 울산시의회 사상 두 번째 여성 의장으로 선출된 이 의장은 인터뷰에서 "과거 상임위원장으로 잡았던 의사봉과 지금 의장으로서 쥔 의사봉의 무게는 전혀 다르다"며 "영광은 순간이고 책임은 영원하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의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강점으로 살리되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조명되거나 특정한 틀에 갇히고 싶지는 않다"며 "훗날 두 번째 여성 의장보다는 일 잘했던 제9대 전반기 의장으로 기록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이 집행부를 이끄는 새로운 정치 구도에 대해서는 견제와 균형을 강조했다.
이 의장은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처음부터 갈등을 전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다수당이 가진 힘만큼 책임의 무게도 크고 의회민주주의는 다수의 힘을 과시할 때가 아니라 소수를 포용할 때 제대로 작동한다"고 밝혔다.
사상 두 번째 여성 의장 16년 만에 재탄생
5개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모두 맡은 데 대해서는 손근호 제2부의장과 허희정 윤리특별위원장 선임을 협치의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상임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도 정당과 선수, 지역을 고르게 안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이 의장은 "양당 모두를 완전히 만족시키는 결과는 아닐 수 있지만 타협의 과정 자체가 시민이 요구한 견제와 균형의 첫걸음"이라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진보당과 시민사회단체까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상생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상욱 울산시장과 집행부를 향해서는 주요 정책과 대형 사업을 추진하기 전 의회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책 추진의 속도보다 사전 협의와 시민 의견 수렴 등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민의 권한을 대신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관이 의회"라며 "주요 현안에 대한 협의 과정과 절차를 생략한 채 일방적인 독주를 이어간다면 의회는 주저 없이 강력한 브레이크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반대를 위한 반대나 정파적 대립에는 선을 그었다.
집행부의 정책이라도 시민과 울산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문제가 있는 사업은 근거와 대안을 갖춰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민선 9기 첫 조직개편과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는 새 의회와 집행부의 관계를 가늠할 첫 시험대로 꼽았다.
이 의장은 "시장이 공약 이행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원론에는 공감하지만 전임 시정의 정책을 뒤집거나 폐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철저히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직개편이 이토록 서둘러야 할 시급한 과제였는지는 의문"이라며 "개편안이 의회에 상정된 만큼 소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시민 눈높이에서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했다.
추경안에 대해서는 민생과 직결된 예산은 신속히 처리하되 관행적으로 편성된 사업이나 시급성이 떨어지는 예산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고위직 인사청문회에서는 능력과 적격성, 경력, 조직을 이끌 리더십, 도덕성과 청렴성을 주요 검증 기준으로 제시했다.
선거 기여도나 친분을 앞세운 보은·정실 인사는 철저히 걸러내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 의장은 "현재 인사청문 대상자를 면밀하게 검증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어진 권한 안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송곳 검증을 하겠다"고 말했다.
"일 잘한 의장으로 기억되고파"
울산의 산업·도시 체질 개선과 관련해서는 탄소중립과 수소산업, 미래 모빌리티, 스마트도시, 생태환경 조성 등에 필요한 제도와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거나 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업은 타당성과 재정 건전성, 주민 수용성, 지역 간 형평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사업에는 힘을 싣되 보완이 필요한 사업은 책임 있게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정책 의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정책지원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의원연구단체의 연구 결과가 실제 조례와 정책으로 연결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정책지원관 연찬과 민간 전문가 교류를 확대하고 연구 결과를 공유할 토론회와 심포지엄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남구의원 3선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의장실 문턱을 낮추고 지역구를 넘어 울산 전역의 민원을 직접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이 의장은 "현장을 떠난 정치인은 물을 떠난 물고기와 같다"며 "의장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어느 지역이든 시민과 손을 맞잡고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리당략에 얽매인 소모적인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으로 승부하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며 "민생을 꼼꼼히 챙기고 울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힘이 되는 의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창연기자 changyoni@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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