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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두 회사, 인텔과 삼성전자

2024년 하반기로 시계를 돌려보면 당시 삼성전자의 주가와 실적 모두 삼성의 위기를 가리켰다. 주가는 5만원대를 횡보하다 4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반도체 영업이익은 적자는 면했지만 이렇다 할 반등을 이뤄내지...

[세상만사] 두 회사, 인텔과 삼성전자

심희정 테크이슈팀장

2024년 하반기로 시계를 돌려보면 당시 삼성전자의 주가와 실적 모두 삼성의 위기를 가리켰다. 주가는 5만원대를 횡보하다 4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반도체 영업이익은 적자는 면했지만 이렇다 할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소셜미디어에선 ‘삼성전자의 부도가 임박했다’는 극단적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당시 기자는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을 인터뷰해 위기를 진단했다. 기술이 1순위가 아닌 의사결정 과정, 무사안일주의로 점철된 사내 분위기 등이 위기의 이유로 꼽혔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제때 뛰어들지 않은 것은 대표적 실기로 지적됐다. “인텔처럼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인텔이 처한 위기는 삼성전자보다 더 심각했다. 극심한 경영난에 보유 중인 주식과 공장 지분 일부를 매각했고, 파운드리 부문을 매각할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왔다. 50달러 안팎을 오가던 인텔 주가는 2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PC 부흥의 상징이었던 인텔이 저무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여겨졌다. 인텔의 재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26년 5월 현재, 두 회사는 반등을 이뤄냈다. 삼성전자의 1분기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엔비디아를 넘겼고,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10만 전자를 염원하던 주가는 이제 20만 전자를 넘어 30만 전자를 바라보고 있다. 인텔은 엔비디아, 스페이스X에 이어 애플의 칩 생산 일부를 맡을 전망이다. 인텔의 부활 배경엔 미국 정부의 도움도 있다. 미 정부는 인텔 지분 약 10%를 사들이고 반도체 기업들과 인텔의 생산 계약을 물밑 지원하고 있다. 인텔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50% 올랐다. 두 회사의 치솟는 주가는 인공지능(AI)의 수혜로도, 거품으로도 해석된다. 해석이 정반대인 이유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기술 변화의 흐름 때문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던 중앙처리장치(CPU)가 다시 수요처를 찾는 것처럼 지금의 HBM 품귀 현상이 지속할지를 두고서도 의견이 갈린다. 구글이 ‘터보퀀트’ 기술을 발표하자마자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삼성전자 주가가 출렁였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거품은 지나봐야 안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다. 실제 이익 대비 과도하게 성장성만 보고 투자할 때 거품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데, 반도체산업을 지탱하는 AI 부흥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어서다.

평행선을 달리던 두 회사의 운명이 어떤 길로 갈라질지는 미지수다. 2년 뒤 계속 승승장구할 수도, 다시 암흑기를 맞을 수도 있다. 완벽한 부활인지, 사이클의 정점일 뿐인지를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파업 직전의 위기에 놓였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3일 성과급 협상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협상이 더 진척되지 않는다면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현재 연봉의 50%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을 영구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체계를 유지하면서 호실적 시 특별보상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적절한지, 과도한지 판단하기 이전에 그들에게 2년 전 위기를 기억하느냐고 묻고 싶다. 언제 다시 위기로 돌아갈지 모르는 불안감이 당장의 보상심리보다 우선 공유해야 할 정서가 아닐까. 2년 전 삼성의 위기를 말한 임직원들은 경영진의 실기를 질타할 때 목소리가 커졌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경영진 탓을 하고, 회사가 잘될 때는 내 덕이라고 외치는 이들이 많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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