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정부 보고 중 눈에 띄는 내용 중 하나는 최근 4년 운용수익률이 두 자릿수로 높아지면서 연기금이 매우 커졌기에 이를 반영해 새로 추계를 하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83년으로 늦춰진다는 것이었다. 이런 장기 전망치를 그럴 법한 것으로 받아들일지는 생각해볼 일이지만, 국민연금 재정 전망에 새로운 국면이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극적인 대비다. 다른 나라보다 국민연금기금의 규모는 크지만, 정작 이 제도가 보장하는 연금은 너무 낮다. 작년 기준 평균액이 7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이는 여러 나라의 최저보장연금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2050년 무렵까지 가입자 소득 대비 국민연금 수준은 약간 떨어지거나 정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기금은 가파르게 쌓이되, 매달 기여한 노인이 받게 되는 연금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2050년에도 노인빈곤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하니, 극단적으로 큰 연기금과 높은 노인빈곤율이 대비되며 공존하는 사회가 계속될 것 같아 씁쓸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윤석열 정부 시기부터 지금까지 소위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국민연금을 조금씩 깎자는 주장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한국 사회, 참 신기하다.
둘째, ‘성숙함인가, 변덕인가’ 하는 태도에 대한 의문이다. 연기금이 2056년에 소진될 것이라고 하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는 담론이 횡행한다. 반면 작년 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점이 2056년에서 2071년으로, 최근 변화를 반영하면 2080년대로 늦춰진다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심상하다. 한편으로는 연기금의 역할과 장기 재정추계의 한계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징후인가 싶다. 수십년짜리 고용, 출산, 경제성장, 기금수익 전망은 정확할 수도 없고 연금제도 역시 계속 변화하므로 어쩌면 불확정성이 재정추계의 본질에 가깝다. 또한 연기금이 인구 급변기에 연금지출을 보조하되 미래에는 다른 나라들처럼 보험료와 국고지원이 재정 역할을 충분히 하게 된다면 기금 소진 시점 추정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연금상품을 파는 민간보험사들뿐만 아니라 일부 정치인들까지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을 마케팅에 활용해왔다. 수많은 자산운용사는 연기금 위탁투자를 맡아 막대한 수수료를 받고 있고, 국민연금기금이 금융시장을 지탱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연기금을 둘러싼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의 그물은 그 ‘팽창’과 함께 더 넓고 단단해지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연기금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는 성숙도 변덕도 아닌 이해관계의 그물에 점점 더 단단히 걸려들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국민연금기금이 ‘전쟁을 치르기 위해’ 발행된 이스라엘 국채를 사들여 논란이 된 바 있다. 한국의 사회보장기금이 팔레스타인 학살과 파괴에 쓰인 것에 대해 국회 연금특위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연기금의 사회적 무게가 커지는 데 비해 수익률 지상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민주적 거버넌스와 윤리적 제어에 대한 답은 딱히 없었다. 좋은 연금제도를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길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니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궁리해볼 일이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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