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의회 녹색당 후보 3수 만에 당선
평등 사회 공유한 관계 맺기가 밑바탕
기적이 일어났다. 경북 안동에서 한국 정당사 최초로 녹색당 후보가 시의원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동에 다녀왔다. 3수 끝의 당선. 이번에는 심지어 거대양당 소속의 후보들과 압도적인 득표 차로 거머쥔 승리였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안동에 가기 전에는 허승규 후보의 승리로만 보였던 것이, 안동에 직접 가보니 허승규 후보의 이름 아래 모인 여러 얼굴‘들’이 보였다. 이것이 “우리의 승리”라고 이야기하는.
정치가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대변하기보다 누구의 편이 이기고 지는 스포츠 경기처럼 변질된 시대에, 허승규 후보가 모아낸 것은 정치를 매개로 ‘할 말이 있는’, 말하고 싶고, 말할 수 있다는 희망을 지켜내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반드시 녹색당 소속이 아니더라도 선거에 도전한 8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지역정치의 가능성에 설득되고 고무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후보를 돕고 있었다. 길거리부터 시장, 교회, 성당, 절, 동네 줌바수업까지 생활의 장소에서 유권자들을 만났던 것은 후보뿐 아니라 후보와 함께한 이들의 얼굴들이기도 했다. 후보의 공약과 신념이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다양하고 평범한 삶의 맥락들을 통해 다시금 간증될 때 그 공약들은 사람들에게 텅 빈 구호로서가 아닌 그 자체로 정치가 우리를 듣고 있다는 신호로, 응답과 대의의 증거로 힘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한 가지 눈에 띄었던 것은 선거캠프의 젊은 사람들의 비중이었다. 가히 선거의 숨은 주역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은 열정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바쳐 후보의 손과 발이 되었다. 군복무를 마치자마자 안동으로 달려가 허승규 후보를 가장 가까이서 도왔다는 최혜성 씨는 청소년 시절부터 녹색당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나이 어린’ 동료 시민들의 참정권을 위해 싸워온 활동가이기도 하다. 최혜성 씨가 수년간 선거운동을 함께했던 동력에는 후보에 대한 신뢰도 있었지만, 정당에 대한 애정 역시 못지않았다. 거대 양당이 독점한 기성정치의 구도에서 녹색당의 존재감은 미비할지 모르나, 녹색당은 주류정치가 대변하지 못하는 소수자와, 경제논리에 뒷전으로 밀리는 환경, 생태, 평화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소수정당으로 2013년부터 그 자리를 지켜왔다. 젊은 사람들이 대안정치를 실험할 수 있는 포용의 장으로서 녹색당의 역할이 있었다.
이번 안동의 선거는 그야말로 마을과 지역 주민이 중심이 되는 풀뿌리 정당이라는 녹색당의 모토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였다. 풀뿌리 정치의 실체는 관계의 정치였다. 허승규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녹색당이라는 진보정당의 가치를 유권자들에게 설득해내는 데 있어 필요했던 ‘언어’와 ‘태도’의 문제를 짚었다. 만났던 유권자들 중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지만, 일상의 대화와 말투 하나하나에 집착해서는 우리가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허 후보는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자는 목표에 다가가려면 불완전한 공간에서 타협하고 양보하며, 사람들의 불완전한 언어와 윤리에 무뎌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좌이거나 우인 것을 친구, 연인, 이웃, 가족이 될 수 없는 이유로 삼기도 한다. 더욱이 요즘은 지방선거 이후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말미암은 정치적 갈등이 극에 달하여, 청년들 사이에서는 가까운 지인이 부정선거 반대시위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아서 실의에 빠지고 절연하는 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전에는 정치적 갈등이 개개인의 삶과 무관한 ‘정치권’에 머물렀다면 요즘은 그것이 구체적인 삶의 현장과 관계로 개입해 들어오고 있다고 느낀다. 정치적 논쟁 또한 인터넷 익명의 개인을 넘어 구체적인 얼굴을 가진 내 주변 사람과의 갈등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안동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단순히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안동의 사례는 정치가 곧 삶의 자리에서 타인을 이해하는 지난한 설득과 인고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그 인내는 우리가 이룩하고자 하는 더 나은, 평등한 사회가 그들과 함께 공유하는 사회라는 인식, 애정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백소현 프리랜스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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