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부동산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라 초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다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는 아직 뚜렷한 매물 증가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집주인들은 실제 세 부담과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2026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한다. 반면 조정대상지역 내 1주택자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올해 60%에서 내년 70%로 높이고, 과세표준 6억~12억원 구간부터 종부세율도 인상하기로 했다.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보유세 증가 폭이 커지는 구조다.
실제 세 부담 증가는 초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두드러질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올해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주요 고가 주택의 보유세는 20~40%대 증가한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의 보유세는 올해 1810만원에서 내년 2257만원으로 27%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도 2227만원에서 2815만원으로 28% 늘어난다. 용산구 한남더힐 전용 235㎡는 7633만원에서 1억850만원으로 44% 증가한다.
2028년에는 과세표준 12억원 초과 구간의 종부세율이 현행 3주택자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부담이 더 커진다. 반포자이와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의 보유세는 내년보다 각각 9%, 14%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세 부담 증가로 강남3구와 용산구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매도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공인중개사 A씨는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집을 내놓겠다는 문의가 전보다 늘긴 했지만 많지는 않다”며 “전반적으로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시장에 나온 일부 매물은 세 부담 자체보다 세제개편 이후 집값이 조정될 가능성을 우려한 실거주 1주택자가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구 반포동 공인중개사 B씨는 “매물이 나오기는 하지만 아직 많지는 않다”며 “시장에 나온 매물도 다주택자보다는 실거주 1주택자들이 세제개편안 이후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내놓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매도자보다 매수자들의 반응이 더 빠르다는 전언도 나온다. 서초구 반포동 공인중개사 C씨는 “개편안 발표 이후 매수자들로부터 ‘세금 부담 때문에 급매물이 나오지 않겠느냐’라는 문의가 몇 차례 있었다”면서도 “집주인들의 경우 내년에 실제 세금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확인한 뒤 결정하겠다는 분위기여서 가격을 낮춘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강남3구와 용산구의 핵심 주택부터 처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희소성과 가격 상승 기대가 큰 주택은 남겨두고, 실거주하지 않거나 임대수익과 개발 기대가 낮은 다른 주택을 먼저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 도곡동 공인중개사 D씨는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대부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세금 인상 소식에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고민하며 문의하는 경우는 있지만, 실제 매물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용산구 한남동 공인중개사 E씨도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분들은 ‘어느 집을 먼저 파는 것이 낫겠느냐’고 묻기는 하지만, 한남동 주택만큼은 계속 보유하겠다는 경우가 많다”며 “한 번 팔면 비슷한 매물을 다시 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 주택을 먼저 처분하거나, 한남동에서는 비어 있는 집이나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물건 정도만 일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편안이 고가 주택 과세를 정상화하기에는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실련은 고가 1주택자에 대한 혜택이 여전히 크다며,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X
Kakao
link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