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적 의미 입증하고 탁월한 보편적 가치 발굴해야
5·18 사적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넘어야 할 과제
항쟁공간 ‘사건의 가치’ 넘어 진정성·완전성 증명할 연구 필요
핵심 사적지 선정·법적 보호체계 구축·시민 공감대 등도 중요
2026년 08월 27일(목) 19:50
전남광주시가 2030년 5·18민주화운동 50주년을 앞두고 주요 사적지의 국가유산 지정 및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5·18 사적지 중 한 곳인 북구 각화동 옛 광주교도소.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5·18민주화운동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전은 ‘기록의 세계화’에서 ‘현장의 세계화’로 외연을 넓히는 작업이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인정받은 5·18의 역사적 가치를 옛 전남도청과 금남로 등 항쟁의 실제 공간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입증하는 것과 함께 해당 유적의 법적 보호·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은 2011년 이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도 5·18이 한국의 민주화뿐 아니라 동아시아 민주주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을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유네스코가 등재 확장 정책을 펴고 있는 세계기록유산과 세계유산은 성격부터 다르다.
세계유산은 건축물·유적·경관 등 부동산 유산을 대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완전성, 보호·관리체계를 종합적으로 따진다.
등재를 좌우하는 핵심 가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입증이다.
1980년 5월의 역사적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세계유산 등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옛 전남도청과 5·18민주광장, 금남로, 상무관 등 당시 공간들이 왜 인류 전체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유산인지 논리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자랑스러운 5·18 역사라는 대한민국의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사, 인류사, 좁게는 동아시아 민주주의 역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학문적으로 입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지난하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에는 10년이 가량이 소요된다는 게 통설이다. 정부차원에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 ‘한국의 서원’도 등재에 나선 2009년 이후 10년만인 2019년에야 결실을 봤다.
전남광주시는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유산 등재기준vi’를 근거로 등재를 신청할 방침이다. 해당 기준은 ‘탁월한 보편적 중요성이 있는 사건이나 살아있는 전통, 사상이나 신앙, 예술, 그리고 문학작품과 직접 또는 유형적으로 연관되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해당 기준을 토대로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에 더해 항쟁공간의 도시·건축적 특성과 원형 보존 정도, 장소 간 연결성까지 함께 설명할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특히 세계유산 도전을 위해서는 5·18 사적지의 보호체계를 국가 법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광주·전남에는 각각 30곳씩 모두 60곳의 5·18 사적지가 있다.
하지만 이들 사적지는 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관리되고 있어 세계유산 심사에서 요구되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보호·관리체계를 어떻게 확보할지가 과제다.
학술적 논리 구축도 병행돼야 한다. 5·18에 대한 역사·사회적 연구는 이미 상당 부분 축적돼 있지만 세계유산 평가기준에 맞춰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완전성 등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유네스코가 중요하게 보는 ‘진정성’은 해당 장소가 역사적 사실과 가치를 진실하고 신뢰성 있게 보여주는지를, ‘완전성’은 유산의 가치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 충분히 포함돼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옛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집결과 항쟁, 희생, 전남지역으로의 확산까지 1980년 5월의 흐름을 하나의 서사로 보여줄 수 있는 사적지를 어떻게 선정하느냐가 향후 등재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시민 공감대를 확보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도심에 자리한 사적지가 세계유산으로 추진될 경우 보존구역이나 완충구역 설정 등에 따라 주변 개발과 재산권 문제도 함께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5·18 사적지를 규제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보존해야 할 공동의 유산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중장기 기본계획과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5·18 세계유산 도전은 2011년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국제적 가치를 인정받은 민주주의의 ‘기억’을 실제 항쟁이 벌어졌던 ‘공간’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다.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5·18만의 보편적 가치 발굴과 핵심 사적지 선정, 법적 보호체계 구축, 시민 공감대 확보를 얼마나 촘촘하게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다.
김희태 전 전남도청 문화재 전문위원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증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진정성·완전성, 법적 보호체계를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