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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세계가 즐기는 ‘400조 K컬처’…“반도체·車 잇는 넥스트 챔피언”

불과 30년 전만 해도 한국은 세계 문화의 변방에서 소비하는 국가였다. 미국 팝음악과 할리우드 영화,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미의 문학, 유럽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가 즐기는 ‘400조 K컬처’…“반도체·車 잇는 넥스트 챔피언”

불과 30년 전만 해도 한국은 세계 문화의 변방에서 소비하는 국가였다. 미국 팝음악과 할리우드 영화,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미의 문학, 유럽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한국 음악·드라마를 즐기고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과거 드라마와 음악 중심의 한류였다면 이제는 클래식과 문학 등 순수예술을 넘어 패션·뷰티·음식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중적인 인기를 넘어 고급 문화로서의 위상까지 확보하며 한국의 핵심 소프트파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K컬처의 약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추정치)은 전년 대비 5.9% 증가한 149억 582만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다. 게임이 가장 큰 비중(58%)을 차지했지만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반면 음악은 32.4% 증가한 23억 8505만 달러, 방송은 9.1% 늘어난 13억 4951만 달러를 기록했다.

2007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콘텐츠 수입이 수출을 웃도는 문화 소비국이었다. 하지만 이후 게임과 음악, 방송 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24년 기준 콘텐츠 산업 무역수지는 131억 5985만 달러였다. 지난해 수치는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으나 수출이 증가한 만큼 대폭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 변방의 문화 소비국에서 전 세계로 문화를 수출하는 생산 기지가 된 셈이다.

30여년 전 드라마의 인기로 시작된 한류는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진화를 거듭하며 글로벌 문화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아시아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끈 ‘한류 1.0’,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K팝이 세계 시장로 진출한 ‘한류 2.0’였다. ‘한류 3.0’에 이르러서는 장르가 한층 다양해지고 연령층도 기존 1020세대에서 전 세대로 넓어졌다. 오는 10월 미술애호가로 유명한 방탄소년단(BTS)의 RM이 한국미술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소장품 150여 점을 기반으로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FMOMA)에서 기획전을 개최하는 것은 대중문화의 힘이 순수예술을 견인하는 대표 사례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순수예술 분야의 약진이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도약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한국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을 비롯한 클래식 연주자들이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한국 출신 무용수들은 국제 콩쿠르를 휩쓸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K컬처의 특징으로 ‘콘텐츠 소비를 넘어 생활양식의 확산’을 꼽는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식 화장법과 패션을 따라 하고, 한식을 즐기며, 한국어를 배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함께 확산되는 ‘한류 4.0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이에 정부도 콘텐츠·예술 등 문화창조산업과 외래관광·음식·뷰티 수출 등 라이프스타일을 합쳐 K컬처로 규정하기로 했다. 소프트파워 이론을 만든 고(故)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은 문화적 자원으로 전 세계를 매료시켰다”며 “K컬처는 공공외교의 핵심 자산”이라고 했다.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K컬처가 한국 경제를 이끄는 3C(chip·car·culture)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30년까지 K컬처 시장 규모를 400조원으로 확대하고, 관련 산업 수출 목표도 기존 350억 달러에서 1100억 달러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K컬처 시장 규모는 274조 원, 수출은 718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은 1734억 달러, 자동차 수출은 720억 달러를 기록했다.

프랑스 사상가 기 소르망은 “한국이 유교적 전통과 디지털 혁신이 결합해 독특한 창조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나라”라며 “기술에 영혼을 불어넣는 서사(Narrative)의 힘이 반도체 이후의 핵심 국가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컬처의 성공 요인은 복합적이다. 한국 특유의 체계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과 디지털 플랫폼 활용 능력, 빠른 콘텐츠 생산 역량이 결합하며 세계 시장의 변화를 선도해 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창작과 제작 과정에 접목되면서 한류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한류가 글로벌 문화 생태계의 일부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고정민 미래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기존 한류는 한국인이 만들고 해외 소비자가 즐기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외국인 멤버가 활동하는 K팝 그룹이 등장하고 글로벌 제작진과 자본이 참여하는 등 국경이 희미해지고 있다”며 “언젠가 ‘K’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앞으로는 K콘텐츠보다 한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콘텐츠라는 개념이 더 적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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