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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계 최대 디젤 수출국이 ‘빗장’을 건다면 [페트로-일렉트로]

정권의 명운을 가를 선거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서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유(디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이야기입니다.

정권의 명운을 가를 선거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서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유(디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이야기입니다. 25일(현지 시간) 기준 미국 디젤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갤런당 6.50달러로 이달 2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6.53달러와 여전히 비슷한 수준입니다.

말 그대로 비상이 걸린 트럼프 행정부는 디젤 수출을 제한하거나, 아예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현실화 시 세계 에너지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수 있는 조치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미국에서 왜 이렇게 ‘디젤 대란‘이 일어난 건지, 우리가 미국의 디젤 금수조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필요에 따라

궁금하신 부분만 골라서 읽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2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 디젤 가격은 왜 계속 오르나

전문가들은 글로벌 디젤 공급난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공급난의 출발점은 ‘두 개의 전쟁’, 즉 미국·이란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입니다.

우선 미·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중동산 중질·고유황 원유 공급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죠. 디젤, 항공유 등 중간유분 생산에 적합한 중동산이 시장에 제대로 흘러들어오지 않으니 1차적으로 공급 부족이 발생하는 것이고요. 또 호르무즈해협이라는 수송로가 좁아진 까닭에 중동 산유국들이 정유시설을 100% 가동하기 어려워진 측면도 존재합니다. 에너지 소비대국인 중국은 올 3월 자국 정유사들에 디젤을 포함한 석유제품 수출제한 조치를 내렸었죠.

여기에 러·우 전쟁발(發) 공급 악재까지 덮쳤습니다. 주요 정유시설에 큰 타격을 입은 세계 2위 디젤 수출국 러시아는 내달 말까지 디젤 수출제한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하루 최대 100만 배럴의 디젤이 시장에서 사라진 셈이라고 S&P 글로벌 에너지는 분석합니다.

국제 경유가격은 급등세입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초저유황 디젤 선물가격은 이날 4.68달러로 미·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올 2월27일(2.67달러) 대비 75% 이상 치솟았고요.

20일(현지 시간) 러시아 한 정유소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해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 금수조치로 디젤 가격이 정말 낮아질까

상황이 이렇자 트럼프 행정부는 디젤 수출제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2일 디젤 금수조치를 검토할 것을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밝혔고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같은 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대로 금수조치가 디젤 가격을 낮출지, 아니면 오히려 높일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립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미국 디젤 수출이 30일 동안 중단될 경우 디젤 가격은 6.50달러에서 15일 이내에 4.70달러로 뚝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 산하 글로벌에너지센터도 “

단기적으로 미국 내 디젤 가격을 거의 확실하게 낮출 것

”이라고 예상했고요.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카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 ‘당장 수출금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고요.

반대

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석유업계는

국제 경유가격 상승을 오히려 더욱 자극할 것

이라며 우려를 표했는데요. 내수용으로 돌린 물량이 미국 전역에 퍼지는 것보다 국제 가격 상승이 더 빠르게 미국 소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AI 생성 이미지

3. ‘후폭풍’은 없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급난이 발생했을 때 수출제한 조치를 거는 것은 다른 국가에서도 내리는 조치입니다. 문제는

미국이 세계 최대 디젤 수출국

이라는 점입니다. (주요 디젤 수출국 표 참고) 중동 사태로 미국산 비중은 더 커졌습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미국의 디젤 수출량은 하루 160만 배럴을 넘었는데요. 전쟁 전 수출량은 110만~120만 배럴이었다고 합니다.

금수조치가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거센 후폭풍이 따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첫 충격파는

유럽연합(EU)

과 남미에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EU의 경우 올해 3∼7월 EU 디젤 수입량의 4분의 1이 미국산이었으며, 8월에는 이 비중이

60%

를 넘었습니다.

남미가 받을 금수조치 충격파는 미국에 부메랑이 돼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에너지센터는

미국 농산물 수입이 금수조치로 타격

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올해 7월까지 미국 농산물 수입액 약 40%가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에서 들어왔는데, 중남미는 이미 디젤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예상치 못한 타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멕시코에서 디젤 부족으로 육상 운송이 차질을 빚게 될 경우 미국으로 들어오는

서버·컴퓨터 장비·부품 등 AI 관련 하드웨어 물량이 위축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올해 미국의 컴퓨터 서버 수입에서 멕시코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나 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디젤 금수조치를 단행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JP모건도

장기적

으로는 미국 정유사의 디젤 생산 감소로 이어져

국제 디젤 공급난을 더욱 심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최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4. 한국 경유가격 상승 압박 더할 수도

많이 언급되는 대로 한국 정유사 입장에서는

반사이익

이 될 수 있습니다. EU와 중남미 등에서 한국산 디젤과 항공유가 최근 인기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은 여러 보도를 통해서 잘 알려졌죠. 미국산 디젤이 일시적으로나마 시장에서 줄어들면 한국산 디젤을 찾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호재라고만 보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최고가격제 등 조치로 국내 경유가격을 최고 ℓ 당 1773원으로 묶어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경유가격 상승은 결국 국내 가격 억제 정책을 유지하는 부담을 키우게 됩니다. 국내 경유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국제 경유가격도 9월 넷째 주 배럴 당 177.4달러로 미·이란 전쟁 전 가격과 비교해 90% 이상 비쌉니다. 또

국제가격과 국내가격 괴리

가 커지면 한국 정유사 입장에서는 내수보다는 수출 물량을 늘릴 경제적 유인 또한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듭니다. 이는 미국의 디젤 금수조치까지 가지 않고도 국제 경유가격 상승에 따라 고려해볼 필요성이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5. 디젤 금수조치 현실화 가능성은

이처럼 에너지 시장에 ‘메가톤급’ 파장을 미칠 수 있는 디젤 금수조치를 놓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셈법이 복잡합니다. 백악관은 최근 ‘90일간 디젤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를 부인했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전면적인 금수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연방 디젤세 한시 면제 등을 대안으로 검토하는 한편, 일부 주(州) 정부는 면세용 디젤의 도로 사용 제한을 완화하는 등 조치에 나섰습니다.

러·우 전쟁 여파가 매서웠던 2022년 10월 미국 증류유(디젤, 난방유 등) 재고가 1951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을 당시 조 바이든 전 행정부도 디젤 금수조치를 검토했지만, 실제 실행까지는 미치지 않았던 전례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출 제한 카드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선거가 최대 변수

입니다. 각종 대안 조치에도 미국 디젤 가격이 잘 잡히지 않고, 선거 판세가 공화당에 불리하게 돌아간다면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모험을 걸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죠.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정유사들은 이미 해외 디젤 선적 중단으로 생길 수 있는 외국 고객과 법적 마찰에 대비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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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Petro)에서 전기(Electro)까지. 에너지는 경제와 산업,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기자 구독, 또는 [조양준의 페트로-일렉트로] 연재 구독을 누르시면 에너지로 이해하는 경제 인사이트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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