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대만 사상 최고치 행진... AI 혁신부터 거버넌스 개혁까지 동인은 '각양각색'
한국 '딥 밸류' 반도체로 차별화... 글로벌 자금, 신흥국 성장성에 '베팅'
글로벌 주식시장이 지정학적 긴장과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라는 짙은 안개 속에서도 전례 없는 동반 강세를 연출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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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사태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주식시장이 전례 없는 동반 강세를 연출하고 있다. 주요국 증시가 약속이나 한 듯 앞다퉈 사상최고치를 돌파하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식시장의 랠리를 견인하는 거시경제적 동인은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양상이다.
미국, AI가 주도하는 강세장
글로벌 랠리의 진원지인 미국 주식시장은 인공지능(AI)이라는 단일 변수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나스닥과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며 거침없는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맥니피선트7'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발표한 약 7250억 달러 규모의 AI 관련 투자계획이 실적 창출로 연결될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이 투영된 결과다.
다만 극단적인 쏠림 현상에 대한 경계감도 공존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주식 파생상품 리서치 팀은 지난 4월 자체 분석을 통해 현재의 장세를 합리적 밸류에이션을 무시하고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폭등하는 '업사이드 크래시(Upside Crash)'로 규정했다.
기관 투자자들조차 수익률 하락의 공포에 쫓겨 억지로 고점 매수에 가담하게 되는 현상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1.0배 수준으로 지난 40년간의 역사적 밸류에이션 상위 87%에 해당하는 고평가 영역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30년 디플레이션 관성 깬 '밸류업'의 승리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4월 27일 사상 최초로 6만 선을 돌파하며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정부와 도쿄증권거래소가 주도한 '기업 가치 제고(Value-up) 프로그램'의 성공과 구조적인 엔저 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들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 요구는 일본 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개조하며 글로벌 자금 유입 1위 탈환이라는 서사를 완성했다.
신임 행정부의 '타카이치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를 밀어 올리는 동력이다. 물가와 임금이 동반 상승하는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하면서 지난 30년간 일본 경제를 짓눌렀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를 미국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피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인식하며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사와다 마키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 분석 매체인 트레이딩키의 분석' 리포트를 통해 "타카이치 행정부 하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임금 상승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기업들은 물량 증가와 가격 인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주당순이익(EPS)의 확장을 훨씬 수월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신흥국, 고성장과 저평가 매력으로 자금 흡수
글로벌 증시 자금은 브라질,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으로도 유입되고 있다. 인도는 6.2%라는 압도적인 경제 성장 속도와 정치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MSCI신흥국지수 내 비중을 13%까지 확대했다. 브라질은 평균
PER 10.8배라는 초저평가 시장이라는 매력과 원자재 기업들의 높은 배당 수익률을 앞세워 남미 증시의 랠리를 이끌고 있으며 베트남은 공급망 재편의 핵심 수혜국으로서 1분기 7.83%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대만·한국, 글로벌AI하드웨어 공급망 독점
대만과 한국은 미국의 AI 투자를 실물로 구현하는 생산 기지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만끽하고 있다. 대만 가권지수(TAIEX)는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정복했다. 이는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TSMC의 압도적인 파운드리 역량에 기반한다. TSMC는 2나노 공정 양산을 앞세워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증명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코스피 또한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며 반도체 중심의 강세장을 형성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슈퍼 사이클은 한국 증시를 글로벌 자본의 핵심 타깃으로 만들었다. KOSPI는 연초 대비 44%가량 폭등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선행 PER가 9.5배 수준에 불과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저평가 가치주로 분류되고 있다.
골드만 삭스 리서치센터는 '2026년 아시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반도체 메모리가 예상보다 훨씬 길고 강력한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당사의 분석에 비추어볼 때, 한국 주식시장의 가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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