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립문서관리청을 방문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전 세계의 주목 속에 마무리됐다. 2박 3일간의 국빈 방문과 정상회담은 화려한 의전과 외교적 수사에도 실질적 외교 성과는 초라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백악관이 25일(현지시간) 발표한 팩트시트를 보면 두 정상은 회담에서 인공지능(AI)과 중국의 희토류 통제, 무역 문제 등 핵심 현안을 다뤘지만 선언적 언급만 있었다. 중국 측이 발표한 내용과 비교하면 공통으로 언급한 현안에 대해서도 미묘하게 입장이 갈렸다.
백악관이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상회담 팩트시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AI에 대한 양국 간 대화와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백악관은 “두 정상은 관련 신기술을 지칭할 때 AI 대신 슈퍼지능(super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며 “양국은 슈퍼지능(SI)과 관련된 위험과 이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미·중 초지능(SI) 대화’를 설립했다. 다음 회의는 2026년 11월까지 개최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의 발표문에서는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그대로 쓰였다.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공개된 발표에서 중국 외교부는 “인공지능의 표현 문제에서 중국은 미국의 입장과 미국의 표현법을 존중한다”며 “인공지능 기술은 지속해서 발전 중이고 각국은 최신 상황을 결합해 교류 강화와 탐색 심화, 합의 모색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에 대한 통제는 미국 측에서만 원론적 차원에서 언급됐다. 백악관은 희토류와 기타 핵심 광물과 관련해서는 “공급망 부족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적정 수준의 공급량이 회복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측 발표에는 희토류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중국이 외교에서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대만 문제는 양측 발표문에 거론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됐지만 의견차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대만 문제에 대해 오래 이야기하진 않았다”면서도 “그(시 주석)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입장을 시 주석에게 전달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중국 신화통신 등은 시 주석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거의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이 이란 문제다. 백악관은 양 정상이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되며, 어떤 국가나 기관도 국제 수로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중국 측 발표에서는 러시아와 북한 관련 내용이 아예 빠졌다.
백악관과 중국 모두 경제 분야에서 양국이 무역위원회를 통해 각각 300억달러(약 40조8000억원) 규모의 비민감 품목을 대상으로 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권고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미국 수출품의 경우 농산물, 어류·해산물·원목·목제품, 의료기기 등이, 중국 수출품에는 소형 가전제품, 장난감, 어린이용 카시트 등 소비재가 포함된다고 밝혔지만 중국 발표문에는 빠졌다.
백악관은 또 중국이 2027년과 2028년에 각각 미국산 석탄을 최소 1000만t씩 수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 측 발표에는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시 주석에게 세계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제 석유제품 생산을 늘릴 것도 촉구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미·중 양국은 정상회담 직전 무역전쟁 휴전을 두 달 더 연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트럼프의 핵심 공약인 펜타닐 통제 합의를 가장 먼저 거론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중국이 마약류 오피오이드를 통제물질로 지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미국이 펜타닐의 전구체 화학물질 2종에 대해 통제물질로 지정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화려한 의전이었다. 트럼프는 직접 시 주석을 태운 전용기가 착륙하는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기지까지 영접을 나갔다. 트럼프는 중국을 배려해 국빈 만찬장을 붉은색으로 장식했고, 가는 곳마다 레드 카펫을 깔았다. 트럼프는 2박 3일간 4차례에 걸친 시 주석과의 만남에서 극진한 환대, 화려하고 성대한 각종 이벤트를 선보였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와 시 주석의 3일 간의 정상회담은 대형 공식 성과보다는 개인적 외교를 부각했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는 애초 두 정상 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낮았다면서도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국빈 방문은 무역 분야에서 실질적 진전을 거의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중 양국 발표문의 입장 차이에 대해 “양측이 핵심적인 무역 마찰 사안에 대해 여전히 합의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시 주석이 워싱턴을 떠난 뒤 올린 트루스소셜에 “이번 회담은 중국과 미국 양국 모두에게 우정과 힘, 성공을 안겨줬다”며 “지금까지 많은 성과를 거뒀고 앞으로도 더 많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와 시 주석은 올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더 회동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며, 시 주석은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그룹(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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