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현 KAIST 명예교수·IT경영학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2025년 9월 6000여 명이었으나, 올해 4월에는 7만5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직원 과반이 가입한 노조가 되면서 사측에 대한 압박도 세지고 있다. 노조는 2026년 예상 영업이익 270조 원의 15%인 40조 원을 연말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연봉의 50%로 제한돼 있던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도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1인당 평균 6억 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OPI는 삼성전자의 대표적 성과급 제도다. 연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때 초과이익의 20%를 재원으로 하며,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한다. 반도체 부문(DS)은 메모리 불황으로 2023년 실적을 기준으로 한 2023년 OPI가 0%였다. 그러나 업황이 회복되면서 2024년에는 14%, 2025년에는 47%까지 높아졌다. 지난 3년간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실기와 업황 악화에도 묵묵히 버텨온 직원들로서는 더 큰 보상을 요구할 만한 이유가 있다.
문제는, 그 요구가 지나치게 급격하고 과도한 방식으로 표출된다는 점이다. 성과급 논란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도 한 요인이 된다. SK하이닉스는 성과급 관련 논란 끝에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연봉 50% 상한도 폐지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과 HBM 호황 덕을 본 2025년에는 직원 1인당 평균 1억 원 안팎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더욱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지금 인재 전쟁 중이다. 경쟁력 있는 국내 반도체 인력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마이크론·엔비디아·TSMC 등에서도 적극 영입한다. 경쟁사가 2∼3배의 보상을 제시한다면, 삼성전자의 임금이 높다고 해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재를 붙잡긴 어렵다. 업계 수준에 맞는 정당한 보상은 필요하다. 그래야만 삼성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과급제도를 영업이익의 15%로 고정하고, 총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하는 건 다른 문제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의 변동이 극심하다. 지금의 슈퍼 호황이 영원히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과도한 보상 약속은 향후 불황기에 회사와 직원 모두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삼성전자의 DS와 DX 부문 간의 위화감, 직원 간 형평성 문제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성과가 있는 곳에 공정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삼성의 철학이자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지난 몇 년간 고생한 삼성전자 직원들로서는 경쟁사보다 작은 보상에 불만을 느낄 만하다.
그러나 노조도, 회사도 지금 필요한 것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해법이다. 직원에게는 경쟁사 수준의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동시에, 회사는 미래를 위한 투자와 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경제와 회사를 볼모로 파업을 겁박하기보다, 앞으로 5년 뒤에도 삼성전자가 글로벌 1등 반도체 기업으로 남을 수 있는 제도를 함께 고민하고 설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삼성의 직원과 회사, 500만 주주, 그리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국민 모두에게 가장 이로운 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