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 빠진 노조 입장문에 “통합노조 맞나”···DS 5만 vs DX 1.4만
영업익 15% 최대 45조 가능성···상한 폐지, 보상체계 개편 쟁점
지난 2024년 7월 22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삼성전자가 1분기 영업이익 57조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내자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노조 공식 입장문을 계기로 사업부 간 내부 반응 차이가 표면화되며 갈등 양상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최근 ‘성과급 상한 폐지 및 제도화’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도체 영업이익 270조원 기준 약 40조5000억원, 300조원 가정 시 최대 45조원 규모 보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연구개발비 37조7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노조는 이익에 비례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승호 위원장은 “회사가 어려웠던 시기에는 성과급이 없었고, 이익이 클 때는 공정하게 나누자는 것”이라며 “제도화를 통해 갈등 소지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입장문 내용이다. 해당 문서는 DS(Device Solutions·반도체) 부문 실적과 전망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종합 반도체 시너지’ 등 반도체 사업을 전제로 한 보상 체계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DX(Device eXperience·완제품) 부문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빠져 있다.
이 점이 내부 반발을 자극했다. 노조 게시판에는 “DX 단어조차 없다” “삼성전자 노조가 아니라 DS 입장문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같은 회사인데 존재 자체가 빠진 느낌” “통합노조라면 최소한 언급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올라왔다. 일부 글에서는 “DS 이야기만 하면서 전체를 대표한다고 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노조 구성에서도 차이는 확인된다. 노조가 공개한 지난달 31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직원 약 12만9000명 중 조합원은 약 7만명으로 가입률은 54.5% 수준이다. 이 가운데 DS(Device Solutions·반도체) 가입자는 5만5822명으로 가입률 72.2%를 기록한 반면 DX(Device eXperience·완제품)는 1만4553명, 가입률 28.1%에 그친다. DX는 구성원 수와 가입률 모두 낮아 상대적으로 노조 내 발언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요구를 둘러싼 인식도 사업부 간 뚜렷하게 갈린다. DS 내부에서는 반도체 실적이 전체 이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해당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반면 DX에서는 성과급 상한이 폐지될 경우 반도체 실적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동일한 회사 내에서도 사업부 간 보상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상한 폐지, ‘비용’ 아닌 ‘구조 재편’ 문제
이번 갈등의 핵심은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 폐지’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되 연봉의 50%를 상한으로 두고 있다.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 간 실적 격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보상 수준이 과도하게 벌어지는 것을 제한하는 장치로 기능해왔다.
노조가 요구하는 상한 폐지는 단순한 보상 확대가 아니라 성과급 산정 구조 자체를 바꾸는 문제다. 상한이 사라질 경우 반도체 실적이 곧 보상 기준이 되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DS 성과급은 실적에 따라 크게 늘어날 수 있는 반면 DX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무는 구도가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사측은 상한 폐지를 ‘비용 문제’가 아닌 ‘구조 문제’로 보고 있다. 사업부 간 보상 체계가 분리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동일한 회사 내에서도 임금 체계가 사실상 이원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입장문을 계기로 드러난 사업부 간 인식 차이를 고려하면 상한 폐지는 내부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한다.
재무 측면에서도 부담은 명확하다. 노조가 제시한 성과급 규모는 최대 40조~45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연구개발비 37조7000억원을 웃돈다.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할 경우 실적 변동에 따라 비용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고 투자 재원이 보상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여기에 SK하이닉스 사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이 선례가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협상 쟁점이 ‘상한 조정’이 아닌 ‘상한 폐지’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는 지난달 중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0%가 넘는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하며 파업 국면에 진입했다. 같은달 25일 실무교섭에 이어 26~27일 집중교섭이 진행됐지만 성과급 상한 폐지와 재원 산정 방식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은 결렬됐다.
노조는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하며 교섭 절차를 마무리했다. 핵심 쟁점은 OPI(초과이익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 여부다. 회사 측은 자사주 지급 등을 포함한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상한 폐지의 제도화를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노조는 투쟁 수순으로 전환했다. 오는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후에도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5월 21일부터 약 18일간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는 2024년 이후 약 2년 만이자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을 맞게 된다. 당시 첫 파업에서는 반도체 공정 자동화 비중이 높아 생산 차질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