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단골 ‘국제학교 유치’…10년 넘게 ‘희망고문’만
순천·해남·나주 너도나도 공약…가시적 성과 내는 지자체 ‘제로’
건축비 천억 지자체 부담…학령인구 감소에 교육부도 승인 ‘난색’
15년째 부지 방치도…헛구호 대신 일반고 신설·의료기관 전환을
2026년 08월 18일(화) 20:45
전남광주시가 추진중인 ‘외국 교육기관(국제학교)’ 유치가 10년 넘게 겉돌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 당국의 부정적 입장에다, 막대한 예산 부담에 따른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단골 공약이라는 점에서 지역민들만 수십년 간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전남광주시 등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학교 설립을 검토했던 지역은 모두 3곳이지만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지자체는 전무하다.
순천시의 경우 신대지구 내 외국 교육기관 부지를 확보하고도, 15년 째 외국인 학교 설립을 하지 못한 상태다. 순천시 등은 애초 지난 2010년대 초반부터 해외 명문 사학을 유치해 경제자유구역 내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여태껏 첫 삽은 커녕, 학교 유치도 하지 못한 실정이다.
순천을 지역구로 둔 한 시의원은 “외국 교육기관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라며 “차라리 해당 부지를 의료기관 부지와 맞바꾸거나 용도를 변경해 지구 내 부족한 일반 고등학교를 설립하자는 요구가 높다”고 전했다.
교육당국도 국제학교보다는 공립고 신설이나 이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실상 신대지구 국제학교는 물 건너간 상황이라는 게 순천시 안팎의 분석이다.
해남 솔라시도 기업도시(구성지구)도 비슷하다. 전남광주시는 지난해 2월 해남군과 함께 미국 사립학교인 RCS(Redlands Christian School)의 솔라시도 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지만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외국 교육기관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에 착수하는 등 AI 데이터센터 배후 교육 시설을 구상했지만 사업 착수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예산 부담이다. 국제학교 설립에는 최소 1000억원 이상의 건축비가 소요되는데, 이를 전액 지자체 예산으로 부담해야 한다. 외국 교육기관이 인프라 투자에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고 운영권만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국제학교 학비는 연간 6000~7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수요도 충족할 지 미지수다. 경제자유구역에서조차 학교 유치가 힘든데다, 외국계 기업 임직원들의 가족 동반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제대로 운영될 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자칫 정작 설립되더라도 내국인 학생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 외국인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다. 나주도 국제학교 유치 공약이 선거철이면 나오는 지역이다.
최근 당선된 윤병태 나주시장도 국제학교 신설을 공약에 포함시켰고 신정훈 국회의원은 지난 2022년 나주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과 늘어나는 교육수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위한 ‘혁신도시 국제학교 설립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현실화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은 찾기 어렵다.
사업 추진의 최종 열쇠를 쥐고 있는 교육부는 인구 절벽으로 일반 학교도 문을 닫는 마당에 특혜 논란이 있는 국제학교를 추가 승인하는 데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지역자치단체의 국제학교 유치 약속은 사실상 ‘희망고문’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내국인 입학 비율 제한과 운영비 적자 구조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치권과 지자체가 좀더 현실적인 방안으로 교육 관련 정주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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