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서장이 ‘강간살인죄’ 적용 막았다”…장윤기 수사팀 진술 확보
중앙일보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수사 외압·증거인멸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들이 “광주 광산경찰서장이 강간살인 혐의 적용을 막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윤기의 부친인 현직 경찰관 장모 경감은 주요 증거를 치운 행위에 대해 “짐을 정리한 것”이라며 증거인멸 의도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MBC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팀은 광산경찰서 수사팀원 여러 명으로부터 “서장이 장윤기에 대해 강간살인죄를 적용하지 못하게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수사팀은 또 성범죄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인 리얼돌 등을 압수하지 않은 채 장윤기 부친이 이를 폐기하도록 방치한 과정도 서장이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윤기 자택 압수수색 당시 수사팀은 리얼돌 등을 발견했고, 광산서장은 인근에서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광산서장은 MBC에 “형사과장으로부터 ‘정황 증거만으로는 강간살인죄 적용이 어렵고 구속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일반 살인 혐의로 송치하겠다’는 보고를 받았을 뿐”이라며 “강간살인죄 적용을 막은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지휘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광주경찰청장실과 광산서장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초기 수사 지휘라인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전날 검찰이 광산서장과 형사과장을 입건하고 광산경찰서를 압수수색한 데 이은 조치다.
다만 MBC는 광산경찰서 수사팀 컴퓨터에서 사건 관련 자료가 이미 삭제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한편 장 경감은 지난 10일 경찰 특별수사팀 조사에서 증거인멸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경감은 장윤기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서 케이블타이를 가져간 이유에 대해 “차 안의 짐을 정리하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가져갈 것은 집으로 옮긴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7일 장 경감 자택을 압수수색해 초기 수사 과정에서 사라졌던 케이블타이를 확보했다. 수사 결과 장 경감은 사건 다음 날 경찰로부터 차량을 인계받은 뒤 조수석 수납공간에 있던 케이블타이를 집으로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장 경감은 자취방에서 발견된 리얼돌을 폐기한 이유에 대해서도 “당시에는 중요한 증거물인지 몰랐다”며 “수사팀으로부터 집 주소와 비밀번호를 전달받아 치워도 되는 줄 알고 별생각 없이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취방 비밀번호는 “근무 인연이 있던 수사팀 직원에게 받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장윤기를 기소하면서 성폭력범죄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자취방에서 발견된 훼손된 리얼돌, 피해자를 SUV로 끌고 가려 한 정황, 범행 직전 다른 여성에게 저지른 성폭행과 유사한 제압 방식 등을 종합해 성범죄가 결합된 살인으로 판단했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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