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우리금융지주 제친 미래에셋증권…시총 20위로 수직 상승
‘스페이스X’로 투자 결정타…150조 국민성장펀드로 기세 잇는다
정부의 첨단미래산업 육성과 생산적금융 기조 속에서 금융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금융사는 부동산 담보 중심의 자금 공급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했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부딪힌 지금은 산업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미래 성장성을 보유한 기업을 골라 투자해야 한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생존을 위해 생산적금융 활성화에 사활을 거는 금융사 10곳을 집중 조명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미래에셋>
“150조원 국민성장펀드는 기업 성장의 초석이자 창업을 춤추게 할 마중물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국민성장펀드 출범식. 미래 첨단전략산업 투자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이 자리에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수십 년간 남들이 보지 못한 혁신 기업에 먼저 베팅해 결실을 거둔 투자자답게 확신을 담은 발언이었다.
‘아시아 그로쓰 펀드’에서 ‘스페이스X’까지…모험자본 역사 쓰다
박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의 모험자본 투자 역사는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회장은 일찍이 모험자본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양한 기업에 투자해왔다. 투자는 국경을 가리지 않았다.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투자했다.
지난 2018년 네이버와 함께 ‘아시아 그로쓰 펀드’를 조성하고 아시아 유망 기업들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공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플랫폼 ‘그랩(Grab)’에 당시 1700억원가량을 투자해 1000억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미래에셋벤처투자·캐피탈을 통한 AI 머신러닝 솔루션 기업 ‘몰로코(Moloco)’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미래에셋은 2017년 몰로코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약 20억원을 투자했고, 2023년 30배 이상 회수 성과를 냈다.
모험자본 역사를 써오던 미래에셋은 최근 스페이스X 투자로 결정타를 날렸다. 미래에셋은 2022~2023년 세 차례에 걸쳐 스페이스X에 약 41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당시 스페이스X 기업가치는 약 200조원이었으나, 2년여 만에 2200조원으로 무려 10배나 뛰었다. 미래에셋이 보유한 지분 가치도 10배는 오른 셈이다.
여기에 스페이스X가 상장을 공식화하며 미래에셋이 수익을 챙길 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국내도 스페이스X 상장 소식으로 들썩이며, 박 회장의 선견지명이 다시금 주목 받게 됐다.
지난 2024년 7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AIB 올해의 국제 최고 경영자상’을 수상하고 국제경영학회 콘퍼런스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미래에셋>
증권사가 금융지주를 넘어선 ‘이례적 장면’
스페이스X 상장 추진 소식에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연초만 해도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40위권이던 미래에셋증권은 한달여 만에 시총을 두 배 이상 불렸다. 시총 순위는 우리금융지주를 앞질렀고, 뒤이어 하나금융지주도 제쳤다.
증권사 한 곳의 시총이 주요 금융지주사 시총을 추월한 것은 이례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전통 금융지주들이 은행, 증권, 보험, 카드 계열사를 거느리고도 따라잡지 못하는 수준까지 미래에셋증권 주가가 치솟은 것이다.
이날 기준 미래에셋증권 시총은 34조1520억원이다. 지난 2월 26일에는 41조7380억원을 기록, 연초(13조9790억원) 대비 198% 성장했다. 현재 코스피 시총 순위는 20위로 하나금융지주(30조9500억원), 우리금융지주(23조3800억원)보다 높다.
스페이스X 투자는 미래에셋이 쌓아온 그동안의 글로벌 혁신 기업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재평가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미래에셋은 모험자본 공급이 단지 투자 수익에 그치지 않고 주가와 시총, 나아가 금융업의 판도까지 바꿀 수 있음을 증명했다.
증권가 평가는 긍정적이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스페이스X 상장까지 우려할 것 없다는 의견이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스페이스X 상장까지 걱정 없다”며 “1분기 스페이스X와 관련해 반영될 평가이익 금액은 1조원 이상”이라고 전망했다.
박현주(가운데) 미래에셋 회장 등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1층 IR센터에서 개최한 국민성장펀드 출범식 및 제1차 전략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박현주 회장 새 도전…150조 국민성장펀드 사령탑
민간 모험자본 투자를 이끌어온 박 회장에게 이번엔 국가적 역할이 맡겨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함께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 민관공동위원장을 맡게 됐다. 세 사람은 각각 금융, 산업, 정부를 대표한다.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전략산업에 5년 동안 150조원을 투자하는 기금으로, 정부보증채권 75조원과 민간자금 75조원으로 조성된다. AI·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에 첨단산업에 투자한다.
박 회장이 이 자리에 낙점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래에셋을 글로벌 투자 그룹으로 키워낸 역량과 투명한 운용 철학을 인정받은 결과다. 박 회장은 “더 큰 펀드로 발전하도록 정직과 투명성을 기반에 둔 경쟁력 있는 시스템 구축에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펀드 출범을 계기로 미래에셋의 모험자본 공급이 확대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 미래에셋증권이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로 지정돼, 조달 금액의 10%를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하는 만큼 지난해보다 큰 규모의 투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DNA는 투자에 있다”며 “그동안 축적한 수익과 성공적인 투자 회수 자금에 안주하지 않고, 이를 다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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