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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새들의 무덤 ‘투명한 덫’

30일 강진군 칠량면 영동리 ‘방음벽 7-1’에 맹금류 모양 스티커가 띄엄띄엄 붙어 있다. 이날 이곳에서 18마리의 조류 사체가 발견됐다.

새들의 무덤 ‘투명한 덫’

새들의 무덤 ‘투명한 덫’

강진 국도 23호선 ‘새 킬러’ 방음벽…수백여 마리 떼죽음 확인

스티커 한 장이면 되는데…관리기관 등 알면서도 소극적 대응

2026년 09월 30일(수) 19:25

30일 강진군 칠량면 영동리 ‘방음벽 7-1’에 맹금류 모양 스티커가 띄엄띄엄 붙어 있다. 이날 이곳에서 18마리의 조류 사체가 발견됐다.

30일 찾은 강진군 칠량면 영동마을의 ‘새 킬러’ 주변에는 전국 최고의 ‘악명’에 걸맞게 수십여마리의 새 사체가 널려있었다.

영동마을 왕복 4차선 도로에 설치된 방음벽은 전국에서 가장 악명높은 ‘새 킬러’로 꼽힌다. 방음벽을 따라 손가락 크기의 작은 새부터 성인 발 크기를 넘는 새까지 다양한 새들의 사체가 눈에 들어왔다. 오래 전에 방음벽과 충돌한 듯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말라붙은 새 사체 뿐 아니라 최근 부딪힌 것으로 보이는 부패된 새 사체도 보였다.

방음벽 곳곳에도 새들의 충돌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새 부리가 박힌 채 깨져 있는 투명 방음판도 눈에 띄었다. ‘새들에겐 ‘죽음의 벽’…강진 방음벽 조사 7곳 모두 심각’보도 이후 찾은 강진지역 방음벽에서는 조류 충돌로 인한 심각한 문제점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조류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오래 전 통보된 상태였지만 관리 기관의 외면으로 조류 충돌 사고는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기후환경에너지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25년 야생동물 충돌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류 충돌 피해 ‘심각’ 판정을 받은 강진지역 방음벽은 모두 7곳이다.

광주일보가 이날 둘러보면서 발견한 새 사체도 ▲송로마을(강진방음5) 1마리 ▲영동마을(강진방음7) 2마리 ▲영동마을(강진방음 7-1) 18마리 ▲저두마을(강진방음 12·13·14) 2마리 등 23마리나 됐다.

국립생태원의 ‘2025년 피해 실태조사’에서는 7개 방음벽에 부딪혀 떨어져 숨진 조류는 171마리였다. 당시 전국 방음벽(20곳)의 조류충돌 피해 집계(342마리) 중 가장 많은 피해가 강진 방음벽에서 발생했다. 영동마을(강진방음 7-1) 방음벽에서는 당시 강진 지역 전체 피해 조류의 절반(59.6%)이 넘는 102마리가 발견된 바 있다. 피해 조류도 멧비둘기(22마리), 참새(5마리), 직박구리(3마리), 되지빠귀·물까치·물총새·쇠솔새·호랑지빠귀(각 1마리) 등 다양했다. 미확인 새 사체도 67마리나 됐다.

영동·송동마을 방음벽의 경우 주변 식생 등으로 도로 쪽 피해 조류(134마리)만 조사했다는 점에서 도로 밖까지 살필 경우 충돌 조류가 훨씬 많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생태원 측 분석이다.

익산국토관리청이 지난 2016년 주민들이 사는 마을의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영동마을에 방음벽(강진방음7·강진방음7-1)을 설치한 뒤 조류 충돌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게 생태원 판단이다.

익산청 보성출장소는 그러나 ‘새들 죽음의 벽’으로 돌변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후속조치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3년 동물단체 등의 민원에 따라 일부 방음벽에 맹금류 모양 스티커를 부착했지만 새들이 스티커 사이 빈 공간을 통과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면서 충돌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단체인 성난비건측은 “강진지역 방음벽의 조류 충돌 사례를 확인하고 관리기관에 개선책을 요청했지만 예산 문제로 당장 교체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고 지난해 자체적으로 확보한 충돌 방지 테이프를 붙이는 등 피해 예방 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유휘경 성난비건 대표는 “스티커를 붙이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위 아래 5㎝, 좌우 10㎝ 간격으로 문양이나 테이프를 넣어 새들이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산국토관리청보성출장소 관계자는 “강진 방음벽 7곳에 대해 조류 충돌 피해가 ‘심각’ 단계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바가 없다”며 “기후부에서 10월 중 야생동물 피해방지 조치 요청을 공문을 보내겠다는 안내를 받은 만큼 공문을 접수하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강진=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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