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귀며 노래하는 참새목 새들의 노래에는 떨림, 휘파람, 화음 중첩 같은 몇가지 기본 소리가 공통으로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들은 열대와 온대 지역의 서식 환경에 따라 다른 패턴의 노래를 하며, 또한 기본 소리들을 조합하고 변조해 저마다 다양한 노래를 만들어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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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최근 알게 된
제노칸토(xeno-canto.org)
라는 웹사이트는 적잖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지구촌 야생동물 소리를 모으는 이곳에, 특히 새의 소리는 무려 100만개 넘게 쌓여 있다. 세계 각지의 아마추어 자연 관찰자들이 직접 올려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이다. 살펴보니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누군가가 올린 익숙한 동네 새소리도 있었다.
이곳에 있는 지저귀는 새 3160종의 소리 파일 11만6천여개를 분석한
프랑스 몽펠리에대학 연구진의 논문
이 최근 사이언스에 실렸다. 종달새, 박새, 까치 같은 새들의 노래에서 이들이 찾아낸 결론이 눈길을 끈다. 새들의 노래는 제각각이지만 거기에는 몇가지 기본 소리(모티프)가 공통으로 들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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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과
해설 기사
를 종합하면, 연구진은 그 기본 소리를 여덟가지로 분류했다. ‘츠르르르’, ‘피리리리’ 하며 떨리는 음을 느리게, 빠르게, 또는 매우 빠르게 내는 떨림(트릴), ‘휘~이~’ 같은 소리를 단조롭거나 느리고 빠르게 변조하는 휘파람, 여러 음을 쌓아 거칠고 탁하게 내는 소리, 무작위 음이 혼란스럽게 섞인 소리가 그것들이다.
연구진은 다시 여덟가지 소리에 따라 새소리를 분류하면서 흥미로운 점을 추가로 찾아냈다. 대체로 몸집 큰 새들에서 단조로운 휘파람이나 느린 떨림처럼 단순한 소리가 많았고, 몸집과 부리가 작은 종일수록 빠르게 변조한 휘파람 소리가 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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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 분포를 세계지도에 표시해보니 또 다른 특징이 나타났다. 나무가 빽빽한 열대 우림에서는 소리가 잘 퍼지지 않아 단조로운 휘파람 같은 단순한 소리와 멜로디가 많았다. 반면에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는 일이 잦고 번식기가 짧아 경쟁이 치열한 온대 지역에서는 초고속 떨림처럼 일부 음향 손실이 있더라도 더욱 복잡하고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소리가 흔했다.
물론 한 종이 한가지 소리만 고수하는 건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 종이 평균 네댓가지 소리를 구사할 줄 알며, 분석된 노래의 65%가 여러 소리를 혼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 소리를 조합하고 변조하는 방식에 따라 새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노랫소리를 만들어낸다. 그런 노래는 종마다 다른 새들의 소통 언어가 되어, 짝을 찾고 경쟁자를 물리치고 위험을 널리 알리는 데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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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새들의 노래가 몸의 조건과 환경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연구자는 현장 실험에서 새소리도 문화처럼 전수되고 유행할 수 있음을 관찰했다고 한다. 새소리에 심취한
아르헨티나의 한 교수
는 1960년대에 널리 불렸지만 지금은 잊힌 새소리를 오늘날 되살릴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어린 새가 많이 모이는 공원에 음향 기기를 설치하고 옛 세대의 노래를 틀자, 어린 새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듬해에 다 자란 새들은 옛 노래를 자기 방식으로 변조해 불렀다.
이런 연구 소식을 듣고 나니, 그동안 무심코 지나치던 새소리가 이제 조금은 다르게 들릴 듯하다. 물론 그러자면 자연의 소리에 우리 감각을 연결하고 찬찬히 귀 기울일 줄 아는 일상과 마음의 여유가 먼저 있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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