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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새 고객 잡으려다 단골 놓친다…브랜드 성장의 딜레마 [북스&]

기업 경영진 대부분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해 브랜드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하지만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존 고객이 브랜드에 기대했던 고유한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고민이다.

성장 딜레마. 사진 제공=푸른숲

기업 경영진 대부분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해 브랜드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하지만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존 고객이 브랜드에 기대했던 고유한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고민이다. 새 고객을 얻으려다 오히려 기존 고객을 잃는 역설, 이것이 바로 브랜드가 마주하는 ‘성장 딜레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과 에모리대 고이주에타 경영대학원의 교수인 저자들이 브랜드 안에서 서로 다른 고객 집단이 충돌하는 원인을 짚고, 이를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기존 마케팅 서적이 주로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에 주목했다면, 이 책은 고객과 고객 사이의 관계로 시야를 넓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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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브랜드를 소비하는 고객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성향과 욕구를 지닌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스타벅스를 예로 든다. 스타벅스에는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커피 애호가’, 매장을 휴식과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는 ‘공간 이용자’, 커피를 빠르게 구매하는 ‘테이크아웃족’, 커피를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스타비’ 등 서로 다른 고객 집단이 존재한다. 이들은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에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때로는 서로의 기대와 요구가 충돌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고객 집단 간 브랜드 이미지가 충돌한 대표적 사례로는 친환경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들 수 있다. 파타고니아의 핵심 고객층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환경 보호 가치를 중시하는 야외 활동 애호가와 환경 운동가였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테크·금융 업계 종사자들이 파타고니아의 플리스 조끼를 즐겨 입으면서 브랜드의 자연 친화적 이미지가 위협받게 됐다.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10년 넘게 파타고니아에 자사 로고를 새긴 직원용 플리스를 주문하며 벌어진 일이다. 이에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라는 브랜드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기업과의 협력을 중단했으며, 한때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브랜드 정체성과 맞지 않는 고객층을 과감히 포기함으로써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를 지켜낸 것이다.

같은 신규 고객층을 유치하려다 상반된 결과를 거둔 두 기업의 사례도 흥미롭다. 맥주 브랜드 버드 라이트는 2023년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바니를 후원했다가 기존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멀바니가 자신을 위해 맞춤 제작된 맥주 캔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린 뒤 버드 라이트 매출은 전년 대비 20% 감소했고, 20년간 지켜온 미국 내 맥주 판매 1위 자리에서도 내려오게 됐다. 버드 라이트는 젊은 신규 고객 유치 차원에서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주목했지만, 기존 고객층은 이런 변화를 위협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1990년대 매출 부진에 직면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 스바루는 자사 차량의 구매층 가운데 레즈비언인 미혼 여성 가구주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스바루는 퀴어 퍼레이드와 영화제를 후원하고, 레즈비언 테니스 스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기용하는 등 레즈비언 커뮤니티를 겨냥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스바루는 2010년대 미국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성장한 자동차 제조사로 자리매김했다. 저자들은 버드 라이트와 달리 스바루의 마케팅이 성공한 이유로 기존 고객층이 성소수자의 권리에 우호적이었고, 레즈비언 고객을 새롭게 끌어들이면서도 기존 고객들이 브랜드에 기대하던 가치를 훼손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저자들은 브랜드를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소비자가 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면서 브랜드를 둘러싼 고객 집단 간 갈등도 잦아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결국 브랜드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하느냐를 넘어, 서로 다른 고객 집단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372쪽, 2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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