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항공우주 업체 스페이스X가 다음 달 중순 기업공개(IPO)에 나설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초대형 대어로 꼽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직접 공모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6월 12일 나스닥 상장 목표…아람코 뛰어넘는 역사적 IPO
로이터 통신과 CNBC 방송 등 외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스페이스X가 IPO 일정을 앞당겨 오는 6월 12일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조만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투자설명서(S-1)를 공개하고, 내달 4일에는 투자자 대상 설명회인 로드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같은 달 11일 공모가를 확정한 뒤 이튿날인 12일 증시에 본격적으로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2월 인공지능(AI) 기업 xAI와 합병한 후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조2500억 달러, 한화로 약 187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번 상장을 통해 최소 700억 달러에서 최대 75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세웠던 역대 최대 자금조달 기록인 29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칠 경우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상장 기업 반열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미 규정 차이에 발목…국내 직접 청약은 시간적 한계 부딪혀
당초 6월 말로 예상됐던 상장 일정이 일주일가량 앞당겨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공모 참여 길은 사실상 닫혔다. 스페이스X IPO 주관사단에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투자자들을 위한 일반 공모청약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해왔으나, 촉박한 일정과 법적 절차의 한계에 부딪힌 탓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과 미국의 상이한 IPO 규정이다. 미국 IPO는 주관사가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물량을 배정하는 반면, 국내 증권사가 이를 받아 일반 청약을 진행하려면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제도상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후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최소 15영업일이 소요되는데, 스페이스X의 S-1 등록서가 공시된 후 국내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아무리 빨라도 이달 말이 된다. 결국 효력 발생 기간을 고려하면 나스닥 상장 예정일인 6월 12일을 훌쩍 넘기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해외 상장사의 공모 물량을 국내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당국의 정정 요구 등이 발생할 경우 상장 전까지 청약 절차를 마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또한 대규모 투자자금의 해외 유출로 인한 고환율 부작용도 당국이 검토해야 할 요소로 꼽힌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에셋증권이 판매 의지는 있어 보이나 구체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라며 "제반 사항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먼저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 역시 법적 절차를 확인하는 차원의 검토였을 뿐, 물량 등 구체적인 사안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우회로 찾는 투자자들…스페이스X 담은 국내외 ETF '눈길'
직접 청약이 무산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스페이스X를 포트폴리오에 담았거나 편입할 예정인 우주·항공 상장지수펀드(ETF)로 쏠리고 있다. 이미 미국 증시에 상장된 우주 관련 ETF 중 'NASA'는 비상장사 투자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스페이스X 지분을 포트폴리오의 약 10%가량 보유하고 있으며, 액티브 ETF인 'MARS' 역시 상장 이후 스페이스X를 적극적으로 편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ETF는 상장 이후 이미 30% 넘게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UFO, ARKX, ROKT 등 기존 미국 우주 ETF들도 스페이스X 상장 이후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선보인 우주항공 테마 ETF도 좋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KODEX 미국우주항공, TIGER 미국우주테크,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SOL 미국우주항공TOP10 등은 향후 포트폴리오의 최대 25%까지 스페이스X를 편입할 계획이며, 지난해 말 상장한 1Q 미국우주항공테크 역시 최대 16%까지 스페이스X에 노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나스닥이 이달부터 도입한 지수 조기 편입 특례 규칙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나스닥은 시가총액이 지수 내 40위 안에 들면 기존 3~6개월이 걸리던 대기 기간을 줄여 상장 후 단 15거래일 만에 지수에 편입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KB증권 김일혁 연구원은 이에 대해 "초대형 기업들이 IPO를 한 뒤 지수에 편입될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시장 현실과의 괴리가 심화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며 "S&P와 FTSE 러셀 등 다른 주요 지수 산출 기관들도 조기 편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기대감 선반영에 따른 투자 유의점과 우주 테마 유망 종목
다만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 상장 기대감이 이미 관련 종목과 ETF 가격에 상당 부분 선반영되어 있어 실제 상장 전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KB증권 박유안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 전 분할 매수로 접근하되, 상장 직후 ETF 가격이 급등할 경우 단기 조정 구간을 추가 매수 시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또한 실제 스페이스X 편입 규모도 상장 당일 물량 여건에 따라 당초 목표했던 비중과 달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스페이스X 외에 우주 산업 전반의 '순수 테마주'에 주목하라는 의견도 가치를 더하고 있다. 유리 호자미리안 TEMA ETF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업 구조가 다각화된 대기업보다 매출의 핵심이 우주 산업에 집중된 기업을 추천하며, 고주파 무선 하드웨어 업체 필트로닉과 대만 상장 마이크로웨이브 통신 솔루션 기업 유니버설 마이크로웨이브 테크놀로지, 그리고 통합 기술 솔루션 기업 스피어 코퍼레이션 등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테자스 데사이 글로벌 X ETF 테마 연구 책임자 역시 로켓 재사용 기술로 발사 비용이 급감하면서 업계 전반의 혁신이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하며, 발사 서비스 강자인 로켓 랩과 위성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인 플래닛 랩스를 유망 종목으로 언급했다. 이외에도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늘리는 정부 정책 추세에 따라 이탈리아의 로켓 추진 시스템 업체 아비오와 독일의 위성 시스템 기업 OHB SE 등도 주목할 만한 종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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