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제안을 설명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중동 전쟁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국회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를 거치며 대폭 증액되는 흐름 속 여야 간 충돌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상임위 단계에서만 수조원 규모의 증액 요구가 쏟아지면서 본격적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공방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7일 국회에 따르면 추경안을 맡은 10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8곳이 이날까지 소관 부처 심사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증액 규모는 2조6783억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전날 행정안전위원회가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업을 두고 정부 원안과 7398억원 증액안을 함께 넘긴 점까지 더하면 전체 증액 요구는 3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국회는 이와 관련해 오는 8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한 뒤 9일 소위 심사, 10일 본회의 의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임위별로는 에너지 전환과 민생 지원 분야를 중심으로 예산이 크게 늘었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6099억6000만원을 순증한 수정안을 의결했다.
세부 항목을 보면 취약계층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한 에너지 바우처 예산 67억8900만원을 비롯해 무공해차 보급 확대 2300억원, 가정용 태양광 보급 475억원, 공공기관 RE100 이행 지원 500억원, 신재생에너지 금융 지원 670억원 등이 반영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733억6500만원을 증액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실증 지원 1000억원, 중소기업 디지털·AI 전환 패스트트랙 229억원, 민생안전 AI 서비스 실증 150억원 등이 포함됐다.
다만 예산 증액 과정에서는 논란도 불거졌다. TBS 운영 지원 예산 49억5000만원과 정보통신서비스 투명성센터 설립 예산 등이 포함되자 국민의힘은 “전쟁 추경 취지와 무관하다”며 표결에 불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반대표를 던졌다.
국토교통위원회는 국토교통부 추경안에 1985억원을 추가 반영했다. K-패스 정액형 프로그램 환급 기준을 완화하는 예산 666억원, 전세버스 유가보조금 459억여원, 청년월세 지원 확대(월 20만원→30만원) 예산 650억원 등이 반영됐다.
여야는 추경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 항목을 둘러싸고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추경을 ‘전쟁 추경’으로 규정하며, 에너지·공급망 위기를 넘어 경제 전반을 방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사업과 목적 외 예산은 철저히 걸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예결위 심사에서도 에너지 가격 대응, 공급망 안정 대책, 비전시성 사업 포함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회의 대폭 증액 움직임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 중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차 추경안을 신속히 확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추경은 단기적으로 3개월, 간접적으로 6개월 대응을 전제로 긴급 편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추경에는 국채 상환 재원도 포함돼 있어 규모를 더 늘리면 추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여야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추경안에 포함된 고유가 피해 지원금 지급 방식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5월 중 2차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달 중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1차 지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부 측은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충격 흡수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선별 지원 기준을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전 국민 지급 확대 요구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추가 재원을 활용하면 전 국민 지원도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재정 여건과 향후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국회 소위 심사를 앞두고 증액 규모와 지원 대상, 재원 조달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면서 추경안은 마지막까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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