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경제 - 밀양하남산단 입주 늦는 이유
진해마천공단 주물업체 이전지로 20년 전 시작
주민 반대 등 우여곡절 끝 ‘상생형 일자리’ 추진
코로나19 등 대외 악재에 업체들 입주 계획 차질
수억 원 이르는 취득세·재산세 혜택 환수까지
입주 새 동력 삼을 수 있는 법·제도 개선 목소리
밀양시 하남읍에 102만㎡ 규모로 조성 중인 밀양하남일반산업단지 전경. /밀양하남기계소재공단사업협동조합
밀양하남일반산업단지는 추진된 지 20년 가까이 됐다. 2019년 ‘상생형 지역 일자리’로 전국적인 주목도 받았다. 하지만 이곳 산단은 여전히 완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미입주 업체들은 외부 경제 여건 악화에 공장 신축과 이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현실 속에서 행정에 손 내밀고 있다.
진해마천 주물업체 이전지로 추진
밀양하남일반산단 추진은 1990년대 초반으로까지 거슬러 간다. 과거 경남·부산 주물업계는 부산 사상구를 주 터전으로 삼았다. 이곳 업체들은 환경 문제에 따른 인근 주민과의 갈등에 1994년 진해시(현 창원시 진해구) 남양동 마천일반산업단지로 이전했다. 이곳 인근 역시 도시화로 거주민이 증가했다. 주민들은 소음·분진·악취 민원을 강도 높게 제기했다.
주물업체들은 다시 새 터전에 눈 돌리다 밀양시 하남읍에 친환경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진해마천산단 주물 회사 중심으로 경남·부산 42개 업체가 2006년 ‘밀양하남기계소재공단사업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여기서도 인근 주민 반대 목소리 등 8년 가까운 우여곡절이 이어졌다. 조합은 2014년 밀양하남산단 착공에 들어갔지만 이후 환경계획수립 용역, 대기환경시스템 구축 공사 등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밀양하남산단 빈 터 앞에 용지 분양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남석형 기자
조합 참여 기업은 그 사이 42개에서 26개로 줄어 들었다. 산단 조성 사업이 좌초될 위기였다. 경남도·밀양시·조합은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과 연계하며 새 동력을 얻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 확산에 힘을 쏟고 있었다. 지역 노동자·기업·행정기관·주민이 상호 협력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떠들썩하게 진행됐다. 밀양하남산단은 광주·구미에 이어 전국 세 번째 ‘상생형 일자리’로 추진됐다. 2019년 6월 상생 협약식 및 준공식이 노사민정 참여 속에 열렸다. 김경수 도지사(정), 박일호 밀양시장(정), 하병곤 노동자 대표(노), 심상환 밀양하남기계소재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사), 민경삼 하남읍 주민자치위원호 위원장(민) 등이 협약에 사인했다.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자리해 힘을 보탰다. 주민들 역시 환경 피해 없는 산단 조성에 뜻을 함께했다.
102만㎡(30만 8687평), 2025년까지 40여 기업 입주, 신규 일자리 500명 창출…. 밀양하남산단은 이제 뿌리산업 친환경 스마트 거점으로 자리 잡을 일만 남은 듯했다.
밀양하남일반산단 입구에 내걸려 있는 조합원 모집 및 용지 분양 펼침막. /남석형 기자
코로나19 등 대외 악재에 입주 지연
그 후 7년이 흘렀다. 진해마천산단 주물업체 이전 및 밀양하남산단 조성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6월 기준 밀양하남산단 입주 예정 업체는 모두 35곳이다. 이 가운데 실제 입주 후 공장 가동 중인 곳은 1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미입주 기업 대부분 진해마천산단 주물 업체다.
2019년 밀양하남산단 준공 이후 대외 경기 악재가 잇따랐다. 코로나19 대유행을 시작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폭등, 금리 인상, 그리고 최근 미국 관세 및 미국-이란 전쟁까지….
이 때문에 입주 예정 기업들은 자금난으로 밀양하남산단에 공장을 신축하지 못하며 시간만 보내야 했다. 진해마천산단 주물 업체들은 주변 민원뿐만 아니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전해야 했다.
이정복 진해마천공단 부국금속 대표는 “지금 설비는 노후화돼 경쟁력이 떨어진다”라며 “그래서 밀양하남산단에 터를 확보해 놓았지만 자금 사정으로 공장 신축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치관 밀양하남기계소재공단사업협동조합 상무이사가 밀양하남산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석형 기자
감면 세금 수억 원 토해 내
밀양하남산단 입주 예정 기업들은 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았다. 지방세특례제한법 제78조(산업단지 등에 대한 감면)는 ‘인구감소지역(밀양 해당) 소재 산단 부동산에는 취득세 50%, 재산세 60%를 경감한다’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입주 예정, 즉 밀양하남산단에 터를 매입한 업체들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감면 혜택 기간 내 입주하지 못한 업체들은 이를 다시 정부에 되돌려 줘야 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은 경감 취득세·재산세 추후 환수 내용도 담고 있다. 이는 ‘산업단지 부동산 취득일로부터 3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조성하지 아니한 경우’ 등의 내용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ㄱ 업체는 재산세 1억 600만 원, 취득세 1억 7200만 원 등 총 2억 7900만 원을 환급했다. ㄴ 업체는 재산세 8000만 원, 취득세 1억 2900만 원을 되돌려 줘야 했다. 28개 업체가 내놓은 총액은 26억 9900만 원에 이른다.
권영중 진해마천일반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이 업계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남석형
권영중 진해마천공단 삼광산업 대표는 “주물업체들이 지금 이전하려면 1000평이면 100억 원, 2000평이면 200억을 필요로 한다”라며 “경기 어려움에 물량도 줄었으며, 여기 땅도 안 팔리고 대출도 묶여 있어 이전할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환급까지 했으니 더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하남기계소재공단사업협동조합은 미분양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저율과세 혜택으로 매해 관련 세금 7800만 원가량을 냈다. 지난해 혜택 종료로 올해에는 7억 50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치관 협동조합 상무이사는 “우리가 보유한 토지를 새로운 조합원에게 분양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분양가가 오르고 경쟁력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라고 우려했다.
이엄희 진해마천일반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이사가 마천공단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남석형 기자
“균형발전 기조 역행…정부 살펴봐 달라”
업체들은 지금이라도 투자를 이행한다는 전제 아래 추징 세액을 다시 돌려주길 바라고 있다. 즉 향후 3년 이내 공장 착공 혹은 입주 완료 업체들은 환급한 취득세·재산세 전액 또는 최소 80% 이상을 ‘투자 촉진 장려금’ 형태로 돌려받게 하자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감면 기간 5년 경과한 토지에도 공장 신축 시점부터 다시 5년간 재산세 감면을 새롭게 적용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는 관련 법과 시행령 개정 사항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경남도·밀양시가 적극 나서서 정부에 목소리 내 주길 바라고 있다.
이엄희 진해마천일반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이사는 “밀양하남산단 착공 이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대외 악재가 7년 넘게 지속됐다”라며 “추징세를 다시 기업 공장 신축 현장에 되돌려준다면 이는 가장 강력한 입주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치관 밀양하남기계소재공단사업협동조합 상무이사가 밀양하남산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석형 기자
이치관 밀양하남협동조합 상무이사는 “산단 분양은 글로벌 복합 위기라는 불가항력적 변수로 지연됐다”라며 “그럼에도 현행 세법은 이를 투기용 유휴지와 동일하게 취급해 산단 운영에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는 현 정부 기조에도 역행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업체들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경남상공회의소협의회,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본부를 통해 이러한 목소리를 냈다.
밀양하남산단에 들어서 있는 주물 업체 공장 모습. /남석형 기자
경남도 산업국 관계자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이 전국적으로 큰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다”라며 “그러다 보니 산업통상부도 추가 연장 혜택에서 주저하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밀양시는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밀양만의 문제는 아니며 법 개정 사항이라 시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전향적인 검토 뜻을 나타냈다. 산업통상부 지역경제진흥과 관계자는 “규정에 따르다 보니 기준 충족이 안 되면 환수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었다”라며 “상생형 지역 일자리를 성공적으로 이어가는 게 중요하기에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같은 목소리 또한 고려해 살펴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남석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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