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시 개선 TF 발족
파이프라인 위험요인 명시
보도자료 과장 관행 제동
오는 6월 새 가이드라인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공시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챗GPT 생성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공시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산업 특성상 정보가 전문적이고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공시를 투자자가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1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공시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TF는 약 3개월간 논의를 거쳐 오는 6월 중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TF에는 임상시험·산업 정책·투자 분석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승환 서울대 임상시험센터 임상시험지원실장·이수정 연세대 융합과학기술원 K-NIBRT 교수·하정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공익적임상시험지원센터장·전환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기획팀장·서근희 삼성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등이 포함됐다.
이번 개편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반영한 조치다. 신약개발·임상시험·기술이전 계약 등 기업가치에 직결되는 핵심 정보가 전문용어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정보 구조도 복잡해 일반 투자자가 이를 충분히 해석하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시장 규모 대비 정보 접근성 문제도 지적된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3월 말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의 약 30%를 차지하며 시총 상위 10개사 중 6곳이 해당 업종이다. 2025년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 가운데서도 제약·바이오 기업이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절반 수준에 이른다.
이 같은 구조는 실제 투자 위험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삼천당제약은 기술계약 기대감이 담긴 보도자료가 먼저 확산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공시 이행 문제와 관련 내용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불성실공시 이슈와 함께 주가가 급락했다. 공시보다 외부 정보가 먼저 시장에 반영되는 구조에서 투자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사례다.
제약·바이오 공시 전 과정 재정비
금감원은 이에 따라 상장 단계·상장 이후·언론보도 등 전 과정에 걸쳐 공시 체계를 재정비한다.
상장 단계에서는 IPO 증권신고서의 기업가치 산정 근거를 구체화한다. 공모가 산정에 적용된 전제와 그 전제가 변경될 경우 미래 매출과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설명하도록 한다. 투자자가 수치의 배경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상장 이후 공시도 정보 전달 방식이 바뀐다. 기존처럼 임상 단계만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파이프라인별로 현재 단계·성공 가능성·주요 리스크·향후 일정 등을 함께 제시하도록 한다. 개별 후보물질의 진행 상황과 위험 요인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언론보도 관리 기준도 마련된다. 공시보다 보도자료에서 더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기대감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관행을 줄이기 위함이다. 공시와 외부 공개 정보 간 정합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이 같은 변화는 투자 정보 활용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임상 진입이나 기술이전과 같은 이벤트 중심 판단에서 벗어나 해당 성과의 전제와 리스크를 함께 검토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제시된 가정과 변동 가능성이 공개되면서 투자자는 제시된 수치뿐 아니라 그 전제의 현실성까지 함께 검토하게 된다. 공시 외 보도자료나 기대감 중심 정보에 의존한 투자 역시 일정 부분 제약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이번 개편을 통해 기업이 외부에 공개하는 정보 간 정합성을 높이고 투자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도 제도 개선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공시의 역할이 다른 업종보다 크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투자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시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기능하는 방향으로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파이프라인=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연구·개발 중인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뜻한다. 약물 발굴부터 임상시험, 승인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포괄하며 기업의 미래 가치와 직결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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