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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성·하이닉스 성과급 '치킨게임'...반도체 생태계 무너뜨린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성과급 경쟁이 이른바 '치킨게임...

삼성·하이닉스 성과급 '치킨게임'...반도체 생태계 무너뜨린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성과급 경쟁이 이른바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이런 기류가 계속 될 경우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성과급 경쟁이 과열될수록 인건비 부담이 확대되고 이로 인해 협력사 납품 단가 압박은 심화된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되면서 처우에 불만이 커진 장비·소재 분야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고, 이는 곧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결국 공급망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은 구조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급 상한 폐지와 성과급을 영업이익의 10%에서 15%로 늘리는 방안을 명문화하라”고 요구하며 오는 23일 평택사업장 대규모 궐기대회에 이어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예정대로 18일간 파업을 진행할 경우 최소 20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 규모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1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노조의 이번 성과급 요구는 SK하이닉스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지난해 파업 가능성을 제기하며 성과급 산정 방식을 영업이익 연동 고정 비율로 변경하도록 요구했고, 그 결과 기본급 대비 최대 600%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영업이익 규모가 더 큰 만큼 SK하이닉스보다 성과급을 적게 받을 이유가 없다는 논리가 확산되며 성과급 인상 요구가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노조 경쟁적 성과급 인상 요구...임금 이중구조 심화

업계에서는 양사 노조가 경쟁적으로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면서 벌이는 흡사 치킨게임 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기업의 성과급 경쟁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 협력사 납품 단가 인상 여력이 줄어들고, 그 여파가 협력사 근로자 처우 정체로 이어져 반도체 산업내 임금 이중구조를 더욱 벌어지게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엔지니어의 연봉은 1억원 후반대로, 성과급을 포함할 경우 3억원대에 이른다. 반면 협력사 기술인력의 평균 연봉은 5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익이 대기업 정규직에만 집중 배분되고, 같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협력사 노동자에게는 거의 돌아가지 않는 구조다.

여기에 성과급 비중을 더 강화할 경우 대기업과 협력사 간, 직군 간 보상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고 내부 갈등과 외부 인력 쏠림이 더 심화할 것이 자명하다. 이 같은 극단적인 임금 이중구조가 고착화된다면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은 협력사 직원들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생산이 중단될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이 협력사이기 때문이다. 파업에 따른 휴업 및 인력 감축 부담 역시 협력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성과 중심 보상 경쟁, 장기 경쟁력 훼손 우려

업계에서는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축적이 핵심인 반도체 산업 특성상, 단기 성과 중심의 보상 경쟁이 장기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중심 경쟁이 지속될 경우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협력사들이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며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단기 보상 경쟁이 오히려 산업 기반을 흔드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기술인력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생태계 내 인력 불균형은 장기적인 기술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반도체 초격차 전략과 생태계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중심의 보상 경쟁이 오히려 산업 전반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보상체계 보완·협력사와의 상생구조 재정립 시급

결국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보상 체계의 균형을 위한 제도적 보완과 협력사와의 상생구조 재정립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M16. 사진=SK하이닉스

한편 일각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익이 내부 구성원에게만 집중되는 구조가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정부의 보조금과 정책자금 지원, 세제 혜택, 국가 인프라 투자를 발판으로 성장한 것 아니냐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초과이익 일부를 청년 고용 기금, 협력사 기술인력 양성 펀드, 지역사회 상생기금으로 출연하는 등 다양한 사회환원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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