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삼성전자 1분기 실적에 대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입장문 발표를 계기로 노조 내부에서 DS(반도체)·DX(모바일·가전 등) 부문 간 갈등이 재점화됐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7일 삼성전자 1분기 잠정 실적발표 이후 성과급 기준 재설정을 요구하는 공식 입장문을 냈다. 노조는 입장문에서 사측이 2차 집중교섭 당시 'DS 부문 연간 영업이익 200조원'을 가정해 보상안을 제시했다고 밝히며, 시장·내부 전망치 기준인 'DS 부문 연간 영업이익 270조원 이상'에 맞춘 보상을 요구했다. 또 매도제한 자사주 지급 방식 철회와 성과급 상한 폐지·제도화를 촉구하며 오는 23일 투쟁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눈에 띄는 점은 해당 입장문에 달린 댓글을 통해 부문 간 설전이 공개적으로 벌어졌다는 점이다.
갈등의 발단은 단순했다. 노조 입장문 어디에도 DX 부문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게 단초다. DX 소속 조합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DX도 AI 생태계 구축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단어 언급도 안 하는 게 진짜 통합노조가 맞는지 의심된다", "통합노조라면 DX 부문에 대한 립서비스 한마디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한 DX 부문 직원은 "공식 입장문에서 DX 단어 한 글자도 없는 것을 보면 정말 슬프다"고 토로했다.
DS 부문 측 반응은 냉담했다. "DS가 0%를 받을 때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이제 와서 원팀이라며 챙겨달라는 태도가 불쾌하다", "노조 가입률도 최저치인 분들이 목소리를 낸다"는 반박이 나왔다. DX 부문이 쟁의에는 소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성과 배분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취지다.
노조 집행부 측은 DX 부문을 포함한 전 사업부 안건을 교섭에 반영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부문, 사업장별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가입 현황 [이미지=삼성전자 초기업노조 홈페이지 갈무리]
이 설전은 구조적 격차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 DS 조합원이 "가입률 최저치인 분들이 목소리를 낸다"고 지적한 것은 근거 없는 비판이 아니다. 노조가 공개한 부문, 사업장, 사업부별 노조 가입 현황(지난달 31일 기준)에 따르면 DS 부문 가입률은 72.2%인 반면, DX 부문은 28.1%에 그쳤다. 44%포인트 차이다. 전체 조합원 7만375명 중 DX 비중은 약 20.7%다. 쟁의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주체가 DS 부문 중심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DX 내부의 편차도 크다. 사업부별로는 의료기기(47.4%)와 네트워크(41.5%) 가입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한국총괄(12.8%), 기타(16.3%), SR(21.5%), VD(32.6%), MX(30.6%) 가입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사업장 기준으로는 광주(19.5%)와 서울(17.9%)이 낮은 가입률을 보였다. DX 최대 사업장인 수원(33.8%)과 구미(33.8%) 가입률도 DS 주요 사업장인 화성(73.3%), 평택(87.6%), 천안(84.3%)과 비교하면 격차가 선명하다.
DS 내부에서도 온도차는 있다. 메모리(77.4%), 파운드리(76.6%),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79.8%) 가입률이 높은 반면 SAIT(40.0%), 시스템LSI(66.7%), 반도체연구소(67.6%)은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DS 내 최저 가입률인 SAIT(40.0%)도 DX 평균(28.1%)을 웃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반도체 업황 사이클에 따라 성과급 변동폭이 크고, 이에 따라 노조 활동의 유인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DX 부문은 성과 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반면 노조 가입률과 쟁의 참여율이 낮게 유지돼 왔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두 집단이 하나의 교섭 테이블에 묶여 있는 구조다.
이 균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노조는 창사 이래 첫 파업을 단행했으나 DS 중심의 쟁의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올해도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1분기 역대급 실적이 나왔고, DS 조합원을 중심으로 보상 요구가 다시 높아지는 국면이다.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는 “DS와 DX의 이해관계 차이는 노조 출범 초기부터 있어 왔던 문제"라며 "DS 중심으로 교섭력이 쏠리는 구조가 반복될수록 내부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오는 23일 공동투쟁본부 명의의 투쟁 결의대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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