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15% 요구, 사측과 기준 정면 충돌
3만 명 집결···창사 최대 노조 집회 현실화
“공장 멈추면 손실”···주주 맞불 반발 확산
5월 1일 ‘총파업’ 예고···수십조 피해 우려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인근에서는 삼성전자 노조와 주주가 각각 집회를 열었다. [사잔=연합뉴스, 그래픽 김진영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 8차선 도로 일대에서 노조와 주주가 각각 집회를 열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한쪽에서는 “성과를 나누라”는 노조의 구호가, 다른 쪽에서는 “미래 투자를 포기하라는 요구를 거부한다”는 주주들의 외침이 맞섰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노사 문제를 넘어 ‘노동 vs 주주’의 정면 충돌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인근에서는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 추산 약 3만7000명, 경찰 추산 3만4000명 이상이 집결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첫 파업 당시 6000명 수준과 비교하면 참여 인원이 6배 이상 늘었다. 현재 노조는 약 7만4000명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하며 창사 이후 처음으로 과반노조 지위도 얻었다.
이날 오전에는 주주들이 먼저 맞불 집회에 나섰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소속 일부 주주들은 “미래 투자를 포기하게 만드는 무도한 성과급 요구를 500만 주주는 단호히 거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경권 대표는 “반도체 공장은 한 번 멈추면 복구에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어 “호황기에 공장을 세우겠다는 것은 주주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삼성전자 주주 배당이 11조원 수준인데 직원 성과급으로 40조원을 지급하는 구조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후 들어 본격화된 노조 집회에서는 분위기가 한층 격화됐다. 검은 조끼를 입은 노조원들이 도로를 가득 메운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은 경영진 사진을 훼손하거나 밟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조끼를 받기 위해 1시간 넘게 줄을 서는 모습도 이어졌다. 20~30대 젊은 직원들도 다수 참여해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의 ‘구조적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고, 상한제를 폐지해 이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40조~45조원 규모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성실히 교섭했지만, 돌아온 것은 없었다”며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사측은 일회성 보상으로 교섭을 마무리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투쟁은 삼성전자의 미래와 대한민국 이공계 인재의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싸움”이라며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나온 한 노조원도 “회사가 막대한 수익을 거뒀으면 그에 맞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성과를 나누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참석 이유를 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상한폐지 실행하자’, ‘투명하게 바꾸자’ 등의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23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투쟁 결의대회가 열리는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노조의 집회에 반대하는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결의문을 읽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측은 일정 부분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간극은 여전히 크다. 반도체(DS) 부문에 한해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을 넘어서는 보상과 함께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은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회사가 20조~30조원 규모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주 측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들은 “반도체 호황 사이클에서 공장을 멈추는 것은 주주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실적이 좋을 때는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실적이 나쁠 때는 책임을 분담하지 않는 것은 권리만 주장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 “삼성전자만의 경영 판단과 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무시한 요구”라며 노조의 성과급 기준을 문제 삼았다.
현장 밖에서도 논쟁은 확산되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보상을 받는 사람들이 추가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반도체 기업의 초과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거나 “성과급을 지역화폐 등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상황은 반도체 업황과 맞물리며 더 큰 대비를 보였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37조원, 영업이익률 72%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고부가 메모리 판매 증가를 배경으로 꼽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비슷한 호황 속에서도 성과 배분 문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격화되며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닌 ‘성과 배분 구조’를 둘러싼 구조적 충돌로 보고 있다. 노조는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주주와 시장은 “미래 투자 여력 훼손”을 우려하는 구도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대규모 설비 투자와 기술 경쟁이 필수적인 만큼, 성과급 확대가 장기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내부 갈등은 ‘노동 vs 자본’이라는 전통적 구도를 넘어, 글로벌 기술 경쟁 속에서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는 모양새다. 노사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삼성의 투자 전략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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