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쟁의 행위 찬성률 93%…5월 총 파업 현실화
주주총회 당일·AMD 협력 약속 훈풍에 제동 걸려
파업 시 HBM 경쟁력 타격…타협점 도출 필요성 커져
2024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적 부진을 딛고 반등의 기회를 잡은 삼성전자가 내부 악재에 직면했다. 노조가 5월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영업이익 전망치 200조원 달성 계획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노조 93.1% 압도적 찬성…5월부터 18일간 총파업 돌입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9일부터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93.1%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이번 투표에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 동행 등 3개 노조가 참여했다.
전체 조합원 약 9만 명 중 73.5%(6만6019명)가 참여해 6만145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공동투쟁본부는 다음달 23일 집회를 시작으로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 18일간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는 앞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이어 이번 투표 가결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들은 임금교섭 핵심 요구안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 ▲성과급 상한 폐지 ▲임금 인상률 7% 등을 제시하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2024년에 이은 두 번째 총파업이 된다.
◆AMD 협력 등 AI 반도체 주도권 확보 훈풍에 제동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7기 정기 주주총회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번 파업은 삼성전자가 경영 정상화를 선언한 직후라 더욱 뼈아프다. 파업 투표 가결 당일 열린 정기주주총회 현장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격려가 이어지며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지난해 HBM(고대역폭 메모리) 납품 지연과 5만원대에 머물던 주가 부진으로 고전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HBM4 양산 및 엔비디아와의 협업 등 기술 주도권을 회복하며 주주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연간 9조8000억원의 정규 배당과 1조3000억원의 추가 배당 계획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의지를 보였고 로직·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 역량 강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인스팅트 MI455X’에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AI 데이터센터 플랫폼 ‘헬리오스(Helios)’와 6세대 EPYC 서버용 CPU의 성능 극대화를 위해 고성능 DDR5 솔루션 분야에서도 협업을 약속하는 등 대형 호재가 겹쳤다.
이에 증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200조원 달성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노조의 파업 예고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며 위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파업 지속 시 손실액 최대 9조…반도체 공정 지연 우려
업계는 이번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가 입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노조 측은 구체적인 손실 예상치를 언급하며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최승호 공동투쟁본부 위원장은 “18일간 파업을 지속할 경우 발생할 손실액은 최소 5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도 생산 차질과 고정비 부담을 고려할 때 영업이익 손실액이 최대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세 공정이 복잡하고 연속성이 필수적인 반도체 제조 특성상 단기적인 인력 이탈만으로도 전체 공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삼노는 오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무능 경영진 규탄 및 쟁의행위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예고하는 등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올해 목표로 내건 실적 회복과 차세대 반도체 주도권 확보의 성패는 노사 관계의 안정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아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술 초격차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만큼 사측과 노조가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향후 글로벌 경쟁력 유지의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유라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