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인해 D램과 낸드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공급 확대는 내년까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훈풍’을 맞고 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삼성전자 사업부서간의 갈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호황으로 유례없는 수익을 기록 중인 DS(반도체) 부문과, 비용 절감의 압박을 받는 DX(가전·모바일) 부문 사이의 보상 체계를 둘러싼 대립이 커지는 것이다.
스마트폰·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들은 노조의 요구안이 반도체 사업부에 집중돼있다며 박탈감과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노조 위원장이 메모리사업부 성과급으로 4억5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18일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종료할 예정이다. 지난 9일 투표 첫날 50%의 투표율을 넘긴 후 13일 오후 72.6%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로는 투표 마감일까지 90%대의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조 가입률이 높은 DS부문을 중심으로 노조의 핵심 요구안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직원의 절반 이상이 가입한 초기업노조는 가입자의 대부분이 DS부문 소속이다. 지난 10일 기준 초기업노조 가입자수는 6만5949명이며, 이 중 5만1374명이 DS부문으로 전체의 77.9%를 차지한다.
반면 스마트폰·가전 등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 가입자수는 1만4575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사내에서는 노조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직원들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노조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OPI 상한선 폐지가 반도체 사업부에만 유리한 조건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노조는 사측에 ‘연봉의 50%’라는 OPI의 상한선 기준을 폐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형평성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상한선이 폐지되면 사업부 간 보상 양극화가 심화해 다수 직원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작년 삼성전자는 43조60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DS부문 24조8581억원, DX 부문 12조8527억원으로 편차가 컸다. 특히 4분기에는 DS 부문 16조4000억원, DX 부문 1조3000억원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 회의에서 전년도 대비 두 자릿수(%)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DX부문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은 10시간 미만 비행편 이용 시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임원에게 비즈니스 클래스의 항공권을 제공됐지만, 비용 절감 차원에서 부장급에 적용되던 기준을 임원까지 확대한 것이다.
그간 실적 부진으로 긴축 경영을 이어온 VD(TV)사업부와 DA(가전)사업부에 더해, DX부문의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온 MX사업부까지 비상 경영 모드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가 DX부문을 중심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은 최근 대내외적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올해는 메모리 슈퍼사이클 영향으로 DS부문의 영업이익이 더욱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한선이 폐지되면 부문 직원 간 성과급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어 부서간 논란이 커지는 것이다.
최근 노조가 사측과의 협상에서 “메모리사업부는 1인당 4억5천만원,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는 3억원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말부터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와 상한 폐지 등을 두고 8차례의 본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9일부터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과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할 경우 5월 총파업 등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더퍼블릭 /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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