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수, 12년 만에 첫 방한…HBM 중심 협력 논의
메모리·파운드리 동시 공략…AI 반도체 공급망 재편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대전'에서 삼성전자의 HBM4가 전시됐다. ⓒ 뉴시스
민주신문=변현경 기자|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삼성전자의 협력 가능성 타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확대 논의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만남이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리사 수 CEO는 오는 18일 공식 방한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일정이다.
그는 방한 기간 삼성전자·네이버 경영진을 잇달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일정은 단순한 예방 차원을 넘어선 행보로 평가된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AMD는 엔비디아에 이어 주요 고객사로 부상한 '큰손'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빅테크 수장이 직접 나서 삼성전자를 찾는다는 소식에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만남의 핵심 의제는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공급 협력이다. 업계에서는 공급 물량과 시기를 비롯한 중장기 로드맵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AMD의 AI 가속기 'MI350'에 탑재되는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양사 협력이 한 단계 더 진전될 경우,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M1450'에 적용될 HBM4 공급에서도 삼성전자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협력 확대 여부는 점유율 경쟁과도 직결된다. 시장 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삼성전자에 AMD와의 협력은 중요한 승부처란 설명이다.
반도체 업황이 서버 수요 호황기였던 지난 2016~2018년보다 더 긴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고객사 확보는 시장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약 22%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마이크론(21%)을 소폭 앞서는 수준이다. 선두인 SK하이닉스(57%)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단기 목표로 꼽힌다.
AMD와의 대규모 공급 계약이 성사될 시 삼성전자가 점유율 30% 선을 넘어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리사 수 AMD CEO가 지난해 6월 1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AI 어드밴싱 2025' 에서 ' MI350'를 소개하고 있다. ⓒ 뉴시스
반대로 AMD 측에서도 이번 만남은 의미가 적지 않다.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HBM 공급망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AI 가속기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HBM이 필수적이다. HBM 수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칩 설계 역량을 갖추더라도 성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와 함께 파운드리(위탁생산) 협력 가능성 또한 주요 관전 포인트다. 현재 AMD의 고성능 칩은 대부분 TSMC에서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중국 갈등과 현지 전력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생산 거점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는 AMD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이 회장과 리사 수 CEO가 이미 지난해 말 2㎚ 공정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는 점도 양사 파트너십 확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양사의 접촉이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으로, 공급망 내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도 공정 최적화와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황은 중동 사태 영향으로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는 듯했다. 리사 수 CEO의 방한이 시장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이벤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사 협력 확대 여부는 물론,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 공개에도 큰 주목이 따를 것"이라며 "공급망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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