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해야”
R&D 투자·주주 배당 규모 상회…미래 투자 안 하나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2024년 7월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올해 전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는 최대 45조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7일 회사가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직후 40조5000억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하고 그 중 15%를 달라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5% 폭등한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AI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에 따른 ‘슈퍼사이클’ 진입과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이 맞물린 결과다.
이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200조원대에서 300조원 이상으로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증권가 전망치 평균(컨센서스) 영업이익은 약 297조5478억원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고 올해 영업이익 300조원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반도체 직원 성과급으로만 약 45조원을 지출해야 한다. 이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영업이익의 10%)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노조 요구 수준 과하다” 비판
경제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가 인재 확보와 사기 진작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 수준이 과하게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실적이 개선된 만큼 보상도 높여야 한다는 면에서 노동 시장 논리상 일정 부분 정당성이 있다”면서도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하고 보너스 상한 철폐까지 가는 것은 협상력은 크되 시장 전반의 임금·성과급 관행을 흔들 수 있는 강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가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연구개발(R&D) 투자비(37조7000억원)를 웃돈다는 점도 문제다. 반도체는 초호황기에 벌어들인 수익을 R&D와 시설 투자에 적기 투입해야 하는 산업인 만큼 지금 당장 몫을 챙기기보다 미래 경쟁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 SNS를 통해 “반도체 전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전”이라며 “엔비디아와 TSMC 추격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지금, R&D 투자비를 훌쩍 넘는 성과급 요구는 미래의 성장을 미리 당겨 쓰는 일과 다름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뉴시스>
또 노조 요구를 들어줄 경우 주주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주 배당과 미래 투자에 쓰일 재원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삼성전자는 주주가 주인인 ‘주식회사’인 만큼 주주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과급을) 주장하는 것은 노조 마음”이라면서도 “경영 판단상 노조의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 자체가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 모든 주주에 대한 배임 행위로 보여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규모는 약 400만명에 달하는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의 4배에 육박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특별배당을 포함해 주주들에게 약 11조1000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는 이달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5월 27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 실행도 예고했다. 일정대로 총파업이 강행되면 반도체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서 교수는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뿐 아니라 고객 신뢰 훼손, 글로벌 공급망 불안, 향후 협상에서의 임금 기준 상승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며 “반도체처럼 연속 생산 성격이 강한 사업은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 역시 “반도체는 슈퍼사이클일 때 투자 자금을 마련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어려운 산업”이라며 “과거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늦게 개발해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그 교훈을 바탕으로 노사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