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앤에이가 지난 17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정정 공시한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보고서 캡처=뉴스드림
삼성물산, 삼성E&A(구 삼성엔지니어링)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황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국내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미국-이란 전쟁 영향으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양사는 모그룹 일감을 대거 확보하면서 안정적인 방어막을 구축한 모양새다.
지난 17일 삼성E&A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정정 공시를 하고 삼성전자로부터 수주한 '경기 평택 P5 복합동·그린동·변전소 골조공사' 도급계약금이 기존 5500억 원에서 1조8790억 원으로 241.64% 증액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5년 삼성E&A의 연결기준 매출의 20.8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에 앞선 지난달 12일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P4 Ph2(하동) FAB동/복합동 마감공사' 계약금이 기존 4380억 원에서 1조3792억 원으로 변경(214.88%↑)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어 같은 달 26일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단지 조성 공사 및 P5 FAB 건축 공사' 계약금이 기존 5960억 원에서 2조8932억 원으로 늘어났다(385.44%↑)고 알렸다.
불과 한 달 남짓한 사이 삼성전자발(發) 프로젝트에 대한 200~300%대 공사비 증액 공시가 삼성물산, 삼성E&A에서 연달아 나온 것이다. 삼성전자가 전(全)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자 역대급 투자를 단행하면서 삼성그룹 건설 계열사들에게도 글로벌 반도체 특수의 '콩고물'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최근 국내 부동산 경기 불황,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해외수주 부진 등으로 새 먹거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건설업 경영환경을 감안하면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해외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은 20억3739만 달러로, 전년 동기(82억1225만 달러)보다 75.19% 감소했다. 특히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텃밭인 중동 지역 수주액은 같은 기간 약 94% 축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그룹 계열 건설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동기간 삼성E&A의 해외수주 규모는 17억2414만 달러에서 2899만 달러로 83.19% 줄었다. 삼성물산의 경우 해외공사 건수는 1건에서 7건으로 늘었음에도 해외수주액은 7000만 달러 가량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관련 업계에선 이 같은 해외수주 침체가 일시적인 충격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발주 지연, 공사비 상승, 공기 연장 등 지금 당면한 문제뿐만 아니라 향후 기수주 사업장 발주처와의 분쟁 등도 고려해야 하고, 급감한 해외수주고를 채우기 위해 저가수주 등 무리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 일감을 확보하킨커녕 기존 프로젝트를 방어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환경인 셈이다. 휴전·종전 후 재건 사업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언제 전쟁이 끝날지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건설사들을 우선적으로 챙길 공산이 크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 삼성E&A는 삼성전자라는 확실한 내부 발주처를 쥐고 있는 것이다. 평소 같은 상황이라면 건설사의 높은 그룹 일감 의존도는 독립 수주 경쟁력, 개별회사의 자생능력,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여론 비판 등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내수 경기가 침체되고, 글로벌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된 시기에는 안정적 일감 확보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높은 모그룹 의존도가 오히려 강점으로 꼽힐 수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앞으로 수년간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보안 등 문제로 외부 업체에 발주하기 어려운 영역이 많은 만큼, 삼성물산과 삼성E&A에게 일감이 당분간 몰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한 과거에는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로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삼성물산과 삼성E&A의 재무제표상 미청구공사 규모가 급증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평가다.
증권가의 분석도 이와 비슷하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삼성E&A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가 2026년 110조 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과 미국 테일러 공장 등을 중심으로 계약고 증액과 매출 가속화가 기대된다. (삼성E&A가) 계열사 기반의 높은 이익 가시성과 향후 중동 산유국들의 투자 재개에 따른 수혜를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발 물량 증가가 그룹 건설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방어에 실질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논리다. [뉴스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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