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제기 1년 6개월만에 첫 변론
엘리엇 ISDS 판결문도 제출 요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을 나서고 있다. 홍인기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이 열렸다. 공단은 합병이 이 회장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은 "이미 끝난 사안을 되풀이한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정용신)는 19일 오후 공단이 삼성물산과 이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피고에는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공단 기금운용본부장도 포함됐다.
사건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시작됐다. 당시 공단은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했다. 합병은 삼성물산 3주를 제일모직 1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같은 해 5월 이사회가 의결했고, 7월 임시 주주총회가 가결했다.
공단은 합병 비율이 불리해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합병 과정에서 공단이 정권 외압에 따라 찬성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찬성 압박 혐의로 기소돼 2022년 4월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공단 측은 "이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작업한 사안"이라며 "승계 작업을 위한 조직적 합병이었다는 사실은 대법원에서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을 두고 "충실의무와 법령을 위반해 삼성 측과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공단 측은 손해배상 책임 여부를 먼저 판단한 뒤 손해액을 심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장 측은 위법 행위와 손해 발생을 모두 부인했다. 형사 재판에서 관련 주장이 배척됐다는 취지다. 이 회장 측은 "5년에 걸쳐 107번의 공판을 통해 심리된 사건"이라며 "11년이 지난 사안을 다시 다투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합병 관련 부정행위와 분식회계 의혹으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공단 측에 합병 위법성과 정부 개입 여부를 정리해 제출하라고 했다. 의결권 행사 부분 자료 보완도 요청했다. 공단의 지위 판단을 위해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 취소 소송 판결문과 메이슨 ISDS 중재판정문 제출도 요구했다. 영국 법원은 엘리엇 사건에서 공단을 국가기관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메이슨 판정에서는 공단을 '정부 부당 지시에 따른 피해자'로 봤다. 다음 변론은 오는 6월 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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