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의 컨테이너 일체형 에너지저장장치 삼성배터리박스(SBB) 1.5. 오는 10월 국내 ESS 중앙계약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관리·제어하는 핵심 반도체 칩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시장은 미국 아나로그디바이스(ADI)·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해외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국산 칩 확보로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정부 ESS 입찰 경쟁력도 높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 아나배틱세미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 핵심 칩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양산용 칩 제작 단계에 있다. SK키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할 계획이다. 양산 목표 시점은 올해 11월이다.
삼성SDI와 아나배틱세미의 협력에는 인연이 있다. 아나배틱세미의 창립자인 정세웅 대표가 삼성전자와 삼성SDI 출신이다.
아나배틱세미와의 협력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국산화를 위한 신규 업체 발굴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다양한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BMS는 배터리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반도체 시스템이다. 노트북·스마트폰 같은 소형 기기는 단순한 보호회로모듈(PCM)로 충분하지만, 수백~수천 개 셀을 묶어 쓰는 대형 배터리는 정밀한 제어 없이는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BMS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삼성SDI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SK온도 BMS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BMS 안에서도 역할이 나뉜다. 배터리 셀의 전압·전류·온도 신호를 읽어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는 아날로그프론트엔드(AFE)가 먼저 작동한다. 마이크로컨트롤러(MCU)는 AFE가 넘긴 데이터를 토대로 충·방전 제어 명령을 내린다. AFE가 눈과 귀라면 MCU는 두뇌다. AFE 시장은 ADI와 TI가 양분하고 있다. MCU 시장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르네사스, 인피니언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아나배틱세미의 AFE 칩 'ABS8210'은 직렬 배터리 셀 20개를 동시에 측정한다. 현재 120볼트(V) 고전압 설계를 적용했으며 150V까지 확장을 목표로 추가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 기능을 내장한 것이 핵심이다. EIS는 배터리 셀에 미세 전류를 흘려보내 내부 저항 변화를 읽는 기술이다. 사람으로 치면 혈액검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상 징후를 미리 잡아낸다. 기존 BMS가 전압·온도가 임계치를 넘었을 때 경보를 울리는 방식이라면, EIS는 그 이전 단계에서 셀 하나하나의 상태를 진단한다. 열폭주를 기존보다 20~30분 일찍 감지할 수 있다.
EIS 기반 BMS는 SK온이 먼저 도입했다. SK온은 휴네이트와 EIS 기능이 적용된 BMS를 개발했다. 칩 공급사로는 ADI를 선택했다.
삼성SDI가 아나배틱세미 칩을 ESS에 도입하면 국산 칩으로 EIS 기능을 구현하는 첫 사례가 된다. 입찰 경쟁력도 높아진다. 지난해 출범한 ESS 중앙계약시장에서 비가격 평가항목 중 '국내 ESS 산업 생태계 기여도' 배점이 1차 9.6점에서 2차 12.5점으로 높아졌다.
삼성SDI의 ESS 주력 제품은 컨테이너 일체형 삼성배터리박스(SBB)다. 배터리 셀·모듈에 BMS·전력변환시스템(PCS)·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하나의 컨테이너에 담았다. 랙 없이 모듈을 컨테이너에 바로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 SBB 1.5, SBB 1.7과 리튬인산철(LFP) 기반 SBB 2.0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수냉식 냉각 구조와 내장형 직분사 소화 기술을 적용했으며, 핵심 부품을 한중엔시에스가 공급한다. 오는 10월 국내 중앙계약시장에는 SBB 1.5를 납품하고, SBB 1.7과 SBB 2.0은 미국에서 생산한다.
삼성SDI는 지난해 1차 ESS 중앙계약시장에서 8개 프로젝트 중 6곳을 따냈다. 올해 초 2차 입찰에서도 7개 중 3곳을 수주했다. 1·2차 전체 발주 물량 중 삼성SDI 몫은 56%로, 총 3.8기가와트시(GWh) 규모다. 1GWh당 공급 단가 2000억원 기준 약 7600억원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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