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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국사기'속 자연의 기록 탐구하다

우리가 흔히 접해온 '삼국사기'는 왕조의 흥망성쇠와 전쟁, 정치적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된 역사서다. 그러나 고대 한국인들에게 하늘의 움직임과 자연의 변화는 단순히 정치의 배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과 통치 원리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다.

'삼국사기'속 자연의 기록 탐구하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삼국사기 자연학 시리즈' 세트 표지(1~7책).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

우리가 흔히 접해온 '삼국사기'는 왕조의 흥망성쇠와 전쟁, 정치적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된 역사서다. 그러나 고대 한국인들에게 하늘의 움직임과 자연의 변화는 단순히 정치의 배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과 통치 원리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러한 관점에 주목해 '삼국사기'를 단순한 정치 사료가 아닌, 고대인의 자연 관찰법과 시간 계산법, 세계관이 집약된 종합 자료로 재해석한 기념비적인 연구 성과가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 삼국의 천문 관측과 기상 현상, 달력 체계, 이와 연결된 신화와 제례 의식을 총망라한 '삼국사기 자연학' 시리즈 전 7책을 출간했다.

이번 총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민속학을 전공한 김일권 교수가 무려 15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원고지 1만 6400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집필해 완성한 결과물이다.

저자인 김 교수는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 시각으로 '역사자연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접근법을 제안한다. 이는 사서 곳곳에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자연 관련 기록들을 한데 모아 현대 과학의 잣대로 그 타당성을 검증하는 동시에, 당시 사람들이 세계를 이해했던 방식과 국가를 운영했던 원리를 추적하는 방법론이다.

전체 시리즈는 천문과 기상을 중심으로 한 물리 자연학 영역과, 신화와 제례를 중심으로 한 인문 자연학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난해했던 고대 기록들을 독자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먼저 시리즈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1~4권까지는 일식과 혜성, 기상과 자연재해, 역법과 시간 기록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한국사 2000년에 걸친 핼리혜성 관측 기록과 고대사 1000년 동안 한반도에서 발생했던 개기일식 및 금환일식, 각종 기후 기록을 국내 최초로 종합해 제시했다.

특히 '삼국사기'와 고대 비석 등에 나타난 시간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중국의 사료 20여 종과 일일이 대조하는 전수 조사를 거쳐 사서 속 모든 연월일 기록을 복원하고 이를 오늘날의 양력으로 환산해냈다. 이는 한국 고대사의 연대기를 한층 더 정밀하게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삼국사기 자연학 2' 표지 /사진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

이어 후반부인 5~7권에서는 삼국의 신화와 상서로운 징조, 제사 기록을 본격적으로 해부한다. 저자는 사서에 등장하는 이들 기록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이를 좋은 일을 예고하는 '길험', 주술적이고 신비로운 효험을 뜻하는 '무험', 영험한 새와 짐승을 의미하는 '상금'과 '서수', 국가적 의례인 '제사'라는 구체적인 틀로 분류해 삼국별로 체계화했다.

특히 이번 연구가 지닌 가장 큰 차별성은 방대한 자연학 데이터를 단순한 인문학적 해석에 멈추지 않고, 철저하게 통계와 계량화된 자료로 검증해냈다는 점이다. 저자는 '삼국사기'에 수록된 연월 기록 2,570건과 구체적인 날짜 기록들을 전수 조사해 시기별 분포와 유형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고구려가 중국 왕조와 교류한 외교 기록 392건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날짜가 불분명했던 307건의 연월일 기록을 고증을 통해 온전하게 복원해냈다. 이러한 치밀한 데이터 작업은 사료의 신뢰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번 시리즈는 그동안 해석이 까다로워 접근하기 어려웠던 천문과 역법 분야부터, 흩어져 있던 신화와 제사 의례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함으로써 고대 한국인의 내면세계와 지적 자산을 생생하게 복원해냈다는 데 의의를 지닌다.

실증적인 검증과 체계적인 분류를 바탕으로 완성된 저작은 역사학뿐만 아니라 문학, 종교학, 민속학 등 한국 고대 문화사를 연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수적인 기초 자양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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