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며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기도 하고, ‘반려식물’을 햇빛 잘 드는 창가로 옮겨 주며 그 푸른 생명력에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추석을 맞아 한겨레 .txt(텍스트) 팀 기자들이 자신만의 ‘반려책’을 소개합니다. 삶이 힘들고 막막할 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선 것만 같을 때, 세상사에 치이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실망할 때마다 손에 드는 책들이라고 합니다. 글을 읽으며 ‘나의 반려책’은 어떤 책인지 생각해 보고, 이번 추석에는 그 ‘반려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편집자 주
광고
‘도덕경’의 언어는 놀랍고 아름답다. 상식과 고정관념을 깨는 그 말씀들은 너무도 깊고 오묘해서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것처럼 들릴 정도다. 세상 만물이 있음(有)에서 나오되 있음은 다시 없음(無)에서 비롯한다는 파천황의 선언에서부터 그것은 그러하다. 2500년 전 사람 노자는 이미 우주의 근원이 빅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말은 어떤가. ‘도덕경’ 36장에 나오는 이 말은 78장에도 등장하고, 76장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변주된다. “단단하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연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 노자의 생명평화론이라 하겠거니와, 78장에서는 또 다른 흥미로운 말씀이 이렇게 이어진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는 못한다. 바른말은 마치 반대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바른말이 반대되는 것처럼 들린다는 ‘정언약반’(正言若反)은 ‘도덕경’ 전체를 꿰뚫는 서술 원리와도 같다. “밝은 도는 어두운 듯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도는 물러나는 것처럼 보이며, 평탄한 도는 오히려 어그러진 것 같다”거나 “아주 곧은 것은 굽은 듯하고, 뛰어난 기교는 서툰 듯하며, 잘하는 말은 더듬는 듯하다” 같은 구절들을 보라. ‘도덕경’의 시선은 세속의 판단 기준에 매이지 않고 그것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역설과 반어로 가득한 이 책은 철학서나 사상서라기보다는 차라리 한편의 시로 읽히기도 한다.
광고
홍진(紅塵)에 찌들고 세사(世事)에 치여 마음이 사뭇 어지러울 때 ‘도덕경’의 아무 곳이나 손 가는 대로 펼쳐 본다. ‘왕필의 노자주’에는 도덕경 전문이 실려 있고, 왕필이 세세하게 주를 달아 놓았다. 이 오래된 책은 준비해 두었다는 듯 새겨들을 말씀을 어김없이 건네준다. 예전엔 무심코 지나쳤던 대목이 문득 새로운 뜻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게 한동안 ‘도덕경’의 책장들에 잠겼다 나오면 맑고 시원한 물 한잔 들이켠 듯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느낌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