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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산업썰전] 들불처럼 번지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새 기준인가, 기업...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흐름이 이제 산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차, LG유플러스, 카카오,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산업계에서는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는 긴장감까지 감지된다.

[산업썰전] 들불처럼 번지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새 기준인가, 기업...

현대차·통신·IT·조선까지...“우리도 달라”

"15% 고정”이 남길 후폭풍…기업 체력 송두리채 흔들 수도

삼전 노조 집회 모습.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흐름이 이제 산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차, LG유플러스, 카카오,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산업계에서는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는 긴장감까지 감지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3일 중앙노동위원회 2차 사후조정 회의에서도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약 17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 협상 끝에도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를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예고된 총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이번 갈등의 본질은 결국 돈이다. 정확히는 ‘영업이익을 어느 수준까지 노동자와 나눌 것인가’에 대한 충돌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15% 수준의 성과급 지급과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려는 사측과 정면 충돌하는 배경이다.

이 흐름의 출발점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10%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사실상 명문화했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HBM 호황 속에서 조 단위 성과급이 현실화됐고 이는 산업계 전체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여기서 산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10%’가 새로운 기준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15%’ 요구가 등장했고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아닌 당기순이익의 30%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향후 산업 생태계 전반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직원들 사이 불만이 커지는 배경도 존재한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기업들이 사상 최대 수준 이익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성과는 회사만 가져간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 규모 자체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서 성과 공유 요구 역시 강해지는 분위기다.

현대차·통신·IT·조선까지...“우리도 달라”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함께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상여금도 기존 750%에서 800%로 올리고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한 정년 연장, 완전 월급제 도입, AI·자동화 도입에 따른 고용 보장 요구까지 담았다.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10조3648억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성과급 규모만 약 3조1094억원에 달한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임금 총액 8% 인상, PI·PS 평균임금 산입, 우리사주 200주 분배, 임금 삭감 없는 주 35시간 근무, AI 도입을 이유로 한 구조조정 금지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반면 사측은 임금 3% 인상안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카카오 노조 역시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3~15% 수준으로 확정해 달라고 요구 중이다. 이번 조정 절차에는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등 4개 법인 노조가 함께 참여했다. 카카오의 지난해 개별 기준 영업이익 4400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체 직원 4000명 기준 1인당 약 1500만원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계 역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 공유 등을 담았다. 통상임금 산입 범위 확대와 신규 채용 확대 요구도 포함됐다.

한화오션 노조도 기본급 인상과 함께 성과급 지급 기준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노조는 방산 부문 실적이 성장했음에도 성과급 지급률이 낮아졌다며 성과급 산정 기준 공개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성과급 문제에 더해 협력사 직원 약 7000명 직고용 문제까지 겹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사전 협의 없이 직고용이 추진되고 있다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신청에 나섰다. 철강업계에서도 임단협 시즌을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본급 인상이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영업이익을 직접 나누라는 요구로 바뀌고 있다”며 “사실상 노동조합이 준주주화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15% 고정”이 남길 후폭풍…기업 체력 송두리채 흔들 수도

글로벌 주요 빅테크 가운데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명문화한 사례는 사실상 찾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국내 산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의 몇 %’가 새로운 기준처럼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다.

기업 실적은 영원히 우상향하지 않는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업황이 좋을 때는 천문학적 이익이 나오지만 반대로 침체가 오면 실적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실제 삼성전자는 2023년 반도체 불황 당시 DS부문에서만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대규모 적자를 경험했다. 조선업계도 수주 사이클에 따라 흑자와 적자를 반복한다. 자동차 산업 역시 글로벌 경기와 전기차 시장 흐름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산업들에서조차 성과급 기준이 ‘영업이익의 몇 %’ 형태로 굳어지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가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기준의 고착화’다. 한 번 만들어진 높은 성과급 기준은 업황이 바뀌더라도 다시 낮추기 매우 어렵다. 호황기에 형성된 보상 기대치가 그대로 남아 불황기 비용 구조까지 압박하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AI 호황으로 300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15%는 단순 계산만으로도 40조원이 넘는 규모다. 이후 업황이 급변해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로 전환되더라도 이미 높아진 기대치를 다시 낮추기는 쉽지 않다. 업계에서 “성과급이 사실상 새로운 고정비가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 시장에 영향력이 큰 기업에서 성과급 고정 비율 모델이 정착되면 동일한 요구가 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업황과 재무 체력, 업종 특성이 모두 다른 기업들까지 비슷한 기준을 따라가야 하는 압박이 생기고 인건비 부담 역시 빠르게 커질 수밖에 없다.

더 부담스러운 건 투자 문제다.

반도체와 AI 산업은 앞으로도 수십조원 단위 투자가 계속 필요한 산업이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미국 테일러 공장 투자와 HBM 경쟁, 첨단 패키징, 차세대 메모리 개발, 파운드리 투자 등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생산 확대와 차세대 D램 경쟁을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사실상 의무적으로 성과급 재원으로 묶어버리면 미래 투자 재원이 줄어드는 구조가 된다. 반도체 산업은 경쟁사보다 투자 타이밍이 한 번만 늦어져도 시장 지위를 잃을 수 있는 산업이다. 업계 일각에서 “성과급이 미래 투자를 잠식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이런 흐름은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차와 조선업계 역시 전동화,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조선소, 방산, 친환경 선박 등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구조가 계속 높아질 경우 미래 투자보다 단기 보상 압박이 우선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시장 측면에서의 후폭풍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영업이익 연동 기반의 고성능 성과급 체계를 본격화할 경우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과의 보상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사 간 임금 격차가 더 확대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한층 고착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재는 더 빠르게 대기업으로 몰리고 상대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협력사와 중소기업은 인력난과 상대적 박탈감에 동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제조업은 대기업 혼자만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아니다. 수많은 협력사와 부품업체, 중견기업들이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 구조다. 그런데 대기업 중심의 고성능 성과급 체계가 빠르게 확산될 경우 산업 생태계 전체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이익을 내면 직원들과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사실상 의무 배분하는 구조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특히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인 제조업에서 자본 운용 유연성이 떨어질 경우 중장기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 공유가 기업 경쟁력 자체를 흔드는 수준으로 번지는 순간 그 부담은 결국 산업 전체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성과급으로 영업이익 10% 넘게 달라는 수많은 기업들의 노조에 의해 한국 기업 경쟁력이 뿌리채 흔들리는 지금, 당혹스러움을 넘어 기괴함까지 느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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