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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적경제는 울산의 또 다른 도시 인프라다

울산은 산업과 항만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도시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은 울산을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만들었고, 그 힘은 지금도 울산의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이제 울산은 또 다른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울산의 또 다른 도시 인프라다

변의현 사회적기업 ㈜우시산 대표

울산은 산업과 항만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도시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은 울산을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만들었고, 그 힘은 지금도 울산의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이제 울산은 또 다른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공장이 많으면 청년은 머무를까. 도로가 넓으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가 될까. 건물이 높아지면 이웃의 삶도 나아질까. 결국 도시는 사람이 머물 때 살아난다. 일하고, 돌보고, 배우고, 서로 기대며 살아갈 수 있어야 도시가 된다. 그래서 필자는 사회적경제를 울산의 또 다른 도시 인프라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을 아직도 '착한 일을 하는 기업'이나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으로만 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는 그보다 넓다.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지역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경제다. 버려지는 자원은 다시 쓰고,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기회를 만들고, 돌봄이 필요한 곳에는 손을 보태는 일이다.

다른 지역은 이미 이 흐름을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주는 사회연대경제기업들이 함께 지역문제를 풀도록 협업사업을 만들었다. 노점상 상생,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콘텐츠, 독거노인 장수사진 같은 구체적인 과제를 사회적경제와 연결했다. 광주와 성동구도 공공구매와 판로, 공공기관 협력을 통해 사회적경제기업의 역할을 넓히고 있다.

흔히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에서도 사회적경제는 지역정책의 한 부분으로 다뤄져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한상사사회적협동조합이다. 지역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판로 문제를 함께 풀어보려는 시도였다. 이 사례가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사회적경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의 문제다.

울산은 어땠을까.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사회적경제를 도시 전략의 중심에 충분히 올려놓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공구매 상담회도 열렸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구매 설명회도 이어지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다만 아직은 행사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상담회 이후 실제 구매로 이어지고, 구매가 다시 공동사업으로 발전하는 길은 더 넓어져야 한다.

울산에도 함께 일할 만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이미 있다. 우시산은 버려진 안전모와 폐섬유를 다시 제품으로 만들며 자원순환과 일자리, 안전의 문제를 함께 풀고 있다. 오렌지디자인은 친환경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지역의 작은 조직들을 돕는다. 백년건축은 주거 취약계층의 생활환경을 고치고, 바로퀵물류는 물류와 이사 서비스를 통해 취약계층 일자리와 저소득층 지원을 연결한다.

새로운 창업팀들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기술로 풀어보려는 청년이 있고, 수천 번의 재능기부를 사업의 씨앗으로 키우는 우슬린도 있다. 자연과 농업을 통해 사람을 치유하려는 초록별농장도 있다. 이들의 출발점은 크고 어려운 말이 아니다. 누군가의 불편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마음이다. 이런 새싹들이 자라려면 도와주는 손길도 필요하다. 창업일자리연구원 같은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창업팀을 발굴하고, 교육하고, 멘토링하고, 판로와 자원을 연결하는 일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하지만 이런 뒷받침이 있어야 좋은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사회적경제가 더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준비도 필요하다. 좋은 파트너로 봐달라고 말하려면, 먼저 좋은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품질, 납기, 책임감, 빠른 소통이 따라야 한다. 좋은 뜻에 실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신뢰가 생긴다.

사회적경제 안에서도 더 손을 잡아야 한다. 작은 시장 안에서 서로를 비난하거나 경쟁만 하다 보면 결국 모두가 힘들어진다. 환경을 잘하는 기업, 디자인을 잘하는 기업, 주거를 고치는 기업, 물류를 잘하는 기업, 창업팀을 돕는 조직이 함께 움직일 때 더 큰 일을 만들 수 있다. 사회적경제가 지역의 파트너가 되려면, 먼저 사회적경제 안에서부터 서로를 인정하고 원팀이 되어야 한다.

울산의 공공과 기업에 필요한 것은 관점의 전환이다. 사회적경제를 '가끔 도와주는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필요할 때 물건 한 번 사주고, 행사 때 부스 하나 맡기는 관계에 머물러서는 사회적경제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지역의 문제를 가까이에서 보고, 직접 부딪히며, 해법을 만들어 온 사람들이다. 사업을 만들 때부터 함께 논의하고, 실행할 때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울산에는 이미 많은 것이 있다. 강한 산업 기반이 있고, 공공기관이 있고, 대기업이 있다. 현장에서 뛰는 사회적경제기업도 있고, 새로 시작하는 창업팀도 있다. 이들을 돕는 중간지원조직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자원들을 따로 두지 않고 한 방향으로 모으는 일이다.

울산시와 구군, 공기업과 대기업, 사회적경제기업과 창업팀 모두가 이제 사회적경제를 다시 봐야 한다. 사회적경제는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울산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좋은 파트너다.  변의현 사회적기업 ㈜우시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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