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나동준 칼럼니스트] 사회복지기관이 환경을 외면하는 순간, 복지는 가장 약한 사람을 가장 늦게 구하는 일이 된다. 이 문장은 과장이 아니다. 폭염은 모두에게 오지만, 모두를 똑같이 덮치지 않는다. 누군가는 에어컨을 켜고 여름을 견디지만, 누군가는 전기요금을 걱정하며 선풍기 하나에 의지한다. 누군가는 집중호우를 뉴스로 접하지만, 누군가는 비가 오는 밤마다 집 안으로 물이 들이칠까 두려워 잠을 설친다. 기후위기는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조건을 갈라놓는 불평등의 문제이고, 그 불평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사회복지의 현장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환경을 복지의 ‘주변 의제’처럼 다루고 있지 않은가.
사회복지계는 오랫동안 가난, 돌봄, 주거, 건강, 고립, 차별의 문제를 다뤄왔다. 그러나 이제 그 모든 문제의 배경에는 환경위기가 놓여 있다. 폭염은 노인과 만성질환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한파는 에너지 빈곤층의 고통을 키우며, 미세먼지와 오염은 아동과 장애인의 건강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회복은 결코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자원이 있는 사람은 더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자원이 없는 사람은 더 깊은 상실 속에 머문다. 결국 기후위기는 기존의 복지 사각지대를 더 넓히고, 이미 취약한 사람을 더 깊은 취약으로 밀어 넣는다. 그렇다면 환경을 외면하는 사회복지는 시대를 놓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고통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현장에서는 환경을 여전히 “여유가 있을 때 하는 일”, “홍보용 캠페인”, “기관 이미지 개선을 위한 장식”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태도다. 지금 사회복지기관에 필요한 것은 친환경 문구를 붙이는 일이 아니라, 환경위기가 왜 복지의 핵심 과제가 되었는지를 직시하는 일이다. ESG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복지기관에게 ESG는 기업의 유행어를 빌려오는 일이 아니라, 기관 운영과 서비스 전반을 다시 묻는 기준이어야 한다. 얼마나 전기를 아끼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우리의 사업이 기후취약계층의 삶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가이다. 얼마나 보기 좋은 캠페인을 했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재난과 환경위기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고 있는가이다. 환경을 말하지 않는 ESG는 껍데기이고, 취약한 삶을 보지 못하는 사회복지는 자기 역할을 축소하는 일에 불과하다.
이제 사회복지기관은 불편하더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환경을 별도의 사업으로 떼어낼 것이 아니라, 모든 복지 실천의 기준 속에 포함해야 한다. 사례관리에서 주거환경과 에너지 접근성을 함께 살피고, 지역조직화에서 기후재난 대응망을 구축하며, 아동·노인·장애인 서비스에서 건강권과 환경권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 기관 운영 역시 달라져야 한다. 예산과 시설, 급식과 소비, 이동과 조달의 방식까지 점검하며 “우리는 무엇을 줄이고 있는가”보다 “우리는 누구를 지키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사회복지기관이 환경을 말한다는 것은 나무를 심는 행사를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꺼내는 일이다.
복지는 본래 가장 약한 사람의 편에 서는 일이어야 했다. 그렇다면 오늘 사회복지기관이 서야 할 자리 역시 분명하다. 기후위기의 피해가 가장 먼저, 가장 깊게, 가장 오래 머무는 곳에 복지가 있어야 한다. 환경을 말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며, 부가적 가치가 아니라 존재 이유에 가깝다. 사회복지기관이 끝내 환경을 외면한다면, 복지는 재난의 뒤를 쫓아다니며 상처를 수습하는 일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문제를 정면으로 받아들인다면, 사회복지는 시대의 변화 앞에서 가장 먼저 사람을 지키는 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사회복지기관은 환경을 말해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제는 말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환경을 복지의 언어로 번역하고, 복지의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 일을 미루는 동안에도 가장 약한 사람들의 삶은 이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나동준 칼럼니스트는 디지털전환교육원 수석연구원·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하며 생성형 AI와 사회복지 디지털 전환의 접점을 개척하는 혁신가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KAC 공인코치, 경영지도사(인사조직관리) 자격을 갖추고 있다.
ChatGPT 활용 전략부터 ESG 경영, 스마트워크, 조직 활성화, 감정경영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강의를 진행중이다. 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50플러스센터, 국내외 대학·복지기관, 각종 협회 및 기업 현장을 무대로, 맞춤형 솔루션과 실전형 워크숍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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