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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진,찍다,쉼표]거대한 황톳물 강으로 변한 거제시 옥포동 도심

도심 도로가 형체를 알아보실 수 없을 만큼 거친 황톳물로 가득 들어찼습니다. 지난 17일 거제시 옥포동 도심 도로에서 목격한 수해 현장입니다.

[사진,찍다,쉼표]거대한 황톳물 강으로 변한 거제시 옥포동 도심

도심 도로가 형체를 알아보실 수 없을 만큼 거친 황톳물로 가득 들어찼습니다. 지난 17일 거제시 옥포동 도심 도로에서 목격한 수해 현장입니다.

상류에서부터 쏟아져 내린 거센 물결은 둑이 터진 강처럼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무서운 속도로 요동치며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30년 넘게사진기자 생활하며 수많은 재해 현장을 목격했지만 이번 폭우의 위용은 이례적이다 못해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사진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물길 속으로 한 발짝을 내디뎠지만 거센 물살이 앞을 막아섰습니다. 어떻게든 균형을 잡고 앞으로 발을 내밀어 보려 해도 몸을 휩쓸어갈 듯한 거친 수압이 온몸에 느껴집니다. 몇 번이나 발을 물속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다 겨우 한 발을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딛으며 촬영에 적합한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도로변에 서 있는 은행나무 가로수 옆에 바짝 붙어 서서 셔터를 누를 자세를 잡았습니다.

발밑의 물 깊이는 무릎 정도에 불과했으나, 가로수와 몸을 스치며 지나가는 물길은 순식간에 회오리를 치며 허리와 가슴 높이까지 솟구쳐 올라왔습니다. 렌즈를 통해 현장을 바라보는 순간 공포가 몰려왔습니다. 자동차들도 통제력을 잃고 기우뚱하게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황톳물은 멈출 줄 모르는 속도로 내 옆을 휙휙 지나치며 주변 상가의 외벽과 시설물들을 하나둘 무참히 파괴해버렸습니다.

극한폭염 그리고 극한 가뭄

극한 폭우가 정신 없이 왔다가 정신 없이 다시 찾아 오는 일이 반복괴면서 경남지역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도깨비 날씨의 연속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기이한 기상 현상이 연일 이어지며 지역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180도 바뀌어 있는 기상정보 앞에서 사람들은 물론, 들녘의 이름 모를 새들조차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듯합니다. 불과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극심한 가뭄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뙤약볕 아래 땀을 흘렸는데 불과 하루 밤 사이에 순식간에 폭우 현장으로 취재 장비를 챙겨 뛰어들어야 했습니다.

어제는 찌는 듯한 폭염에 목이 타들어 가던 땅이었는데 오늘은 난데없이 쏟아진 폭우로 온 마을이 물바다로 변해버렸습니다. 극단으로 오가는 날씨의 변덕은 평범한 시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앗아갔습니다.

광복절인 15일만 해도 경남 전역은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뙤약볕과 마른 가뭄에 짓눌려 숨조차 쉬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단 하루 만에 하늘의 표정이 차갑게 싹 바뀌었습니다. 거제 지역에만 1000㎜에 가까운 거센 폭우가 퍼붓는 등 경남 곳곳에 기습적인 물난리가 덮쳤습니다. 타들어가던 열기가 하룻밤 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단 하루 만에 삶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기이한 자연현상을 온몸으로 경험해야 했습니다. 아파트 뒷산이 무너지고 집을 부수고 자동차들도 물이 삼켜버렸습니다.

비가 그친 도심은 폭격을 맞은듯 부서져 있었습니다. 쏟아져 내린 폭우가 더위라도 가져가길 바랬지만 더위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폭우가 한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조금이나마 선선한 가을 기운을 기대했건만 하늘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뜨거운 열기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19일부터 다시 시작된 무더위는 경남 전역을 또다시 가마솥 찜통으로 만들었습니다. 단 며칠 사이에 가뭄, 폭우, 그리고 다시 극심한 폭염이 쉴 새 없이 교차하며 사람들의 진을 빼놓고 있습니다. 수해 복구의 손길이 채 미치기도 전에 다시 더위를 피해 헤매야 하는 참담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입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인간 역시 이 기이한 폭염과 기후위기 앞에서는 조용히 엎드려 견뎌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오늘 하루도 부디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넘겼으면 합니다. 안전한 복구로 일상을 하루빨리 회복하길 기원합니다. 이 혼란을 모두 이겨낼 힘을 누군가 주었으면 합니다.

이제 다음 주가 지나고 9월이 오면 가을의 문이 활짝 열렸으면 하는 기대를 해보며 거제와 통영을 비롯한 경남 사람들의 안전한 일상을 기원합니다. /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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