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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시 부활?…법조인 선발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인공지능(AI)이 법조 시장을 빠르게 재편하는 상황에서도, 법조인 선발은 여전히 '정원 경쟁'에 묶여 있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누가 떨어질 것인가'를 먼저 정해 두는 구조 그 자체다. 다시 말해 일정 수준 이상을...

사시 부활?…법조인 선발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주간한국 박하림 기자] 한국에서 법조인이 된다는 것은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탈락하지 않는 것’에 더 가깝다. 로스쿨 도입 17년, 사법시험 폐지 9년이 지났지만, 선발 방식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인공지능(AI)이 법조 시장을 빠르게 재편하는 상황에서도, 법조인 선발은 여전히 ‘정원 경쟁’에 묶여 있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누가 떨어질 것인가’를 먼저 정해 두는 구조 그 자체다. 다시 말해 일정 수준 이상을 가려내는 시험이 아니라, 정해진 인원만 남기기 위해 탈락자를 선별하는 구조다.

사법시험 사라졌지만 ‘줄 세우기’는 남았다

사법시험은 한때 대표적인 ‘계층 이동 통로’로 평가받았지만, 고시 낭인 문제와 엘리트 독점 구조, 실무 능력 부족 논란 속에 로스쿨 제도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열 경쟁’은 유지된 상태다.

한국교육사회학회에 등재된 ‘서울 4년제 대학생의 법학전문대학원 진학 준비 경험과 계층 불평등’에 따르면, 로스쿨 진학은 여전히 상위권 대학 출신과 경제적 자원을 갖춘 계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블라인드 면접 도입 등 공정성 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진입 단계에서의 구조적 편중은 크게 완화되지 않았다.

행정논총에 등재된 ‘로스쿨 입학생의 출신 대학 다양성 변화에 대한 실증 연구’에서도 로스쿨 입시에서 수도권 소재 대학 출신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지방 소재 로스쿨조차 수도권 소재 대학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학부 학벌은 여전히 법조 진입의 ‘유리 바닥’으로 작동하고 있다. 제도는 바뀌었으나 경쟁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의 법조 자격은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니라 ‘자격 확인’에 가깝다. 대학 법학과정과 제1시험, 실무수습, 제2국가시험이라는 단계형 구조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합격자 모두에게 법조 자격이 주어진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판·검사 등 특정 직역은 ‘능력주의 원칙’에 따라 별도 성적 경쟁을 통해 선발된다. 즉 독일은 자격 취득과 직업적 경쟁이 분리된 구조다. 반면 한국은 변호사 시험 자체가 자격 부여와 공급 조절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법봉과 정의의 저울. 사진=픽사베이

문제는 시험이 아니라 ‘공급 구조’

이 같은 구조 차이는 법조 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공·공익 분야는 여전히 열악한 고용 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상당수 변호사가 비정규직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2026 한국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소속 변호사의 약 35%가 계약직이며,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정규직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력 격차도 6.3배에 달해 지역 간 법률 서비스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도 절반 이상(51.3%)이 비정규직이었고, 상당수가 단독 또는 소수 인력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시민 사회 영역의 경우 2023년 12월 기준 전업 공익 변호사는 117명으로, 전체 변호사(3만 4660명)의 약 0.33% 수준이다.

공공 영역이 충분한 흡수 장치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법조인 공급 조절 기능은 여전히 시험에 집중돼 있다. 이는 단순한 평가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 조정 메커니즘 자체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변호사 시험이 담당하던 ‘탈락자 선별 기능’을 다른 정책 수단으로 분리하지 않는 한, 구조적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로스쿨, 교육기관인가 고시학원인가

로스쿨 학생들은 판례 암기 중심 교육과 6개월의 짧은 실무 수습 기간으로는 충분한 실무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변호사 시험 절대평가 도입과 선택형 시험 비중 축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5 대한민국 법학 교육자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로스쿨 학생은 “수준 높은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일정 수준 법학에 대한 이론적 이해 토대를 기초로 쌓인 실무 경험”이라며 “단순히 사례와 객관식으로 법리를 이해하는 것과 실무상으로 직접 일을 하면서 체감하는 것은 그 차원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상대평가 기반 변호사 시험이 결국 암기 경쟁을 심화시키고, 로스쿨 교육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보국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대평가 시스템의 변호사 시험은 판례를 얼마나 깊게 이해하는지를 평가하기보다 중요 판례와 예외 판례를 얼마나 더 암기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으로 변질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현재 법조 단체들은 매년 배출되는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올해 합격자 수를 즉각 1500명 이하로 줄이고, 장기적으로 연간 합격자 수를 1000명 이하 수준까지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시장 논리가 아니라 시민의 사법 접근권과 법률 서비스 공공성 확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쟁점은 사법시험 부활 여부나 변호사 시험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법조인 선발 구조 자체의 문제다. 독일처럼 자격 부여와 직업적 경쟁을 분리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시험이 공급 조절까지 떠안는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에 따라 한국 법조 시스템의 방향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제도가 아니라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한, 사법시험 부활 논쟁은 형태만 바꾼 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박하림 기자 rimrock118@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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