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가운데)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21일 반도체 호황 등으로 급증하는 세수를 따로 적립해 활용하는 ‘미래대응기금’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세수가 부족할 땐 재정을 보완하는 안전장치로 활용된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막대한 세수 여유분을 대만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배당금처럼 일시적인 현금성 지출로 소진하지 않고 저성장의 고착화를 막기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기금의 재원은 추가세수(다음 연도 내국세 세입예산 중 10년 추세치 초과분)와 초과세수(당해 연도 세입예산 초과분) 등으로, 내년에만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를 첨단산업 직업훈련·청년 주택공급 등 청년 부문, 첨단 인공지능(AI)·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등 성장동력 부문, 생활인프라 확충·농어촌 기본소득 확산 등 지방 부문,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고등·평생교육 강화 등 교육·인재 부문 4대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4가지 모두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한 필수 분야임은 틀림없다.
다만 이 기금이 AI 발전에 힘입어 조성된다는 점에서 AI로 인해 발생하는 일자리 상실이나 소득 격차 확대 등의 충격을 완화할 쓰임처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쉽다. 아울러 최근 주요국과 국내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국가재정법상 국가채무 상환에 상당 부분이 쓰여야 할 초과세수를 모두 기금으로 돌리기로 한 것도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자칫 정부가 국회 통제를 피해 상시적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형태로 기금 성격이 변질될 가능성이다. 일반 예산은 국회의 엄격한 심의와 승인을 거쳐야 하며 연중에 예산 변경이 필요할 때도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해 국회 검증을 받는 것이 헌법적 원칙이다. 하지만 국가재정법상 기금은 주요 항목 지출 금액의 20~30% 범위 내에서 정부가 국회 승인 없이 집행 변경이 가능하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의 선심성 사업이나 부처 간 나눠먹기 등으로 기금이 오용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엄격하고 투명한 기금 운용 준칙을 마련하고 국회가 감시·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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