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사설/경찰 전관 시대 열리나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법조계의 '전관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대형 로펌의 핵심 영입 대상이 검사 출신이었다면 이제는 경찰 출신 인사에게 러브콜이 쏟아진다.

사설/경찰 전관 시대 열리나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법조계의 '전관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대형 로펌의 핵심 영입 대상이 검사 출신이었다면 이제는 경찰 출신 인사에게 러브콜이 쏟아진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내 5대 로펌이 올해 영입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18명으로 지난해의 두 배에 달했다. 경찰 수사권이 커진 만큼 수사 현장을 잘 아는 인력의 시장 가치가 높아진 결과다.

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경찰 수사가 형사사법 절차의 중심으로 이동한다면 기업과 개인이 경찰 수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법률서비스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반응이다.

경찰 출신 변호사 역시 자신의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민간에서 활용할 자유가 있다. 실제 주요 로펌들이 최근 고위 간부뿐 아니라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인력까지 영입하는 것은 변화한 수사 환경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문제는 '전문성'과 '전관 영향력'의 경계다. 경찰은 검찰과 달리 전국적으로 훨씬 방대한 조직을 갖고 있고, 일선 경찰서의 수사 재량도 상당하다.

수사의 초기 단계부터 사건의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퇴직 경찰관의 인맥과 조직 경험이 사건 대응의 중요한 자산으로 거래된다면 법률시장의 경쟁을 넘어 공정성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경찰 출신 전관의 영향력이 새로운 형태의 '전경예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제력에 따른 수사 대응력의 격차다. 거액을 들여 전직 수사관과 경찰 간부 출신 전문가를 대거 영입할 수 있는 대기업과 대형 로펌의 고객은 경찰 수사 초기부터 정교한 대응을 준비할 수 있다.

반면 일반 시민은 수사 절차와 대응 방법조차 제대로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수사권이 경찰로 이동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개혁이 되려면 수사기관의 권한 재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경찰 출신 인사의 로펌행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퇴직 직전 담당했던 사건과 관련된 사건 수임을 엄격히 제한하고 일정 기간 직무 관련 기관이나 사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냉각기간을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

동시에 경찰 수사의 기록·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불복 절차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검찰의 권한을 줄였다고 해서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까지 줄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수사권이 한쪽으로 이동할수록 견제 장치는 더 촘촘해야 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사람의 출신이 아니라 권력과 돈이 결합해 법 앞의 평등을 흔드는 구조다.

수사권 개혁의 성공 여부는 누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느냐가 아니라 그 권한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행사되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