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 생산한다면 중국 자동차의 진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자동차를 제조해도 괜찮다.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생산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우리 자동차업계 입장에서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다.
트럼프가 이런 얘기를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5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1월에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해 미 의원들이 반대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값싼 중국 전기차에 시장을 빼앗길 것이라는 미 자동차업계와 의회의 우려가 상당해 쉽게 성사될 일은 아니지만, 낙관만 하기에는 파장이 심대하다. 이달 말 워싱턴DC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미국 시장은 우리 자동차업계의 마지막 보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달 합계 점유율을 13%까지 끌어올렸다. 127%의 관세율 등으로 중국 차의 진입이 사실상 차단된 반사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유럽과 신흥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신차 판매 2700만 대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 중국이다. 유럽에서는 최대 45%의 관세를 물고도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일본과 한국 차를 추월했다. 현지 자동차 공장을 속속 인수하는 등 관세 우회 전략도 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중국 차의 공습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가격은 물론 기술과 자율주행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 차에 미국 시장 장벽마저 뚫리면 우리가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 차가 이렇게 단기간에 급성장한 배경에는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정책금융 저리 융자, 세제 우대 등을 포함한 중국의 보조금은 아시아·유럽의 여덟 배에 달한다고 한다. 기업도 중국 차의 미국 시장 진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겠지만 한계가 있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우리 자동차산업이 중국의 공세에 무너지지 않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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