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문사]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사후조정이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21일부터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제도화하라는 노조의 요구와, 경영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회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이유로 ‘영업이익의 N%’ 같은 명확한 공식을 요구한다. 반면 회사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이익 변동성이 큰 만큼 고정 비율의 성과급은 투자 여력과 비용 구조를 경직시킨다고 맞선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금(OPI) 체계를 유지하되, 초과 성과에 대한 특별보상을 제도화하겠다는 제안도 이 간극을 메우지 못했다.
중재에 나선 중앙노동위원회도 조정안을 내지 못한 채 물러섰다. 사후조정 연장도 무산됐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연봉 50%) 폐지와 제도화를, 회사는 상한 유지와 선택권 확대를 각각 고수했다. 노조는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4만명을 넘었다고 밝히며 ‘적법한 쟁의’를 강조하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팹이 멈추면 공정 중인 웨이퍼는 폐기될 수 있고, 수율을 정상화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국제 신뢰’다. 글로벌 고객사는 공급망의 안정성과 회복탄력성을 가장 먼저 본다. 한 번 흔들린 신뢰는 수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례적으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까지 우려를 표했다. 특정 기업의 노사 문제에 외국 상공회의소가 공개 메시지를 낸 것은 드문 일이다.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조달 거점을 다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이 누려온 ‘안정적 제조 파트너’의 위상이 손상될 수 있다는 경고다.
쟁점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익의 N%’ 요구는 이미 IT·자동차·바이오 등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의 합의가 다른 산업의 기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성과급이 고정비용처럼 굳어질 경우, 업황이 꺾일 때 기업은 투자 대신 비용을 먼저 고민하게 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2차 사후조정회의를 마친 뒤 최종 결렬을 선언한 뒤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2026.05.13.
이는 중장기 경쟁력의 문제로 이어진다. 동시에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과의 보상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 단단해질 우려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는 단체행동권 제한 논란을 낳는 예외적 수단이다. 제도가 칼이라면, 꺼내는 순간 상처도 남는다. 결국 해법은 노사 테이블 위에 있다.
성과급은 ‘성과를 나누는 장치’이지 ‘이익을 자동 배분하는 공식’이 아니다. 예측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산업의 변동성과 투자 사이클을 반영하는 유연성 역시 필요하다. 둘 중 하나만 택하는 해법은 오래가기 어렵다.
설령 파업으로 45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해도, 그 비용보다 더 큰 후폭풍은 성과급을 고정 공식으로 굳히는 선례일 수 있다. 한번 제도화된 공식은 되돌리기 어렵고, 그 부담은 다음 불황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분명한 건, 이번 합의가 한 기업의 임금체계를 넘어 한국 산업 전반의 ‘보상 문법’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삼성이 45조원을 손해보더라도 노조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는 절대로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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