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만 영업이익 57조2천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18년 세웠던 최대 연간 영업이익(58조원)에 맞먹는 성과를 단 석달 만에 거둔 것이다. 이번 성적을 자축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인공지능(AI) 시대 기술 선도자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호실적은 세계적인 인공지능 투자 열풍에 힘입은 바 크다.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확충과 인공지능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고, 공급 부족이 겹치며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다. 판매량과 가격 양 측면에서 대형 호재를 만난 것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연간 적자를 기록했던 반도체 부문에서만 5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은 놀라운 반전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와 엇비슷한 실적을 거둔 건 우리 기업 역사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이런 거대한 수익은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일군 성과인 건 분명하지만,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시장 팽창이 크게 작용한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몸집을 키워왔으나, 인공지능 전환에는 한발 늦은 모습을 보이며 고전을 해온 게 사실이다. 최근의 폭발적인 실적은 인공지능 생태계가 급팽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외부 효과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지금 구조적인 변곡점에 서 있다.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인 구글은 최근 메모리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터보퀀트’ 기술을 선보였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징을 한데 묶은 ‘테라팹 프로젝트’ 구상을 밝히며, 아예 반도체 산업의 판을 새로 짜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범용 반도체에선 중국의 추격이 거세고, 첨단 반도체에선 대만과의 격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구글과 머스크의 진입은 삼성에 또 다른 파고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월 임원들에게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가 지금의 실적에 안도하거나 도취할 여유는 없다. 이제는 축적된 자본과 기술력을 디딤돌 삼아 진정한 기술 선도자로 거듭나야 한다. 단기 호황에 기대기보다,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 새로운 칩 구조와 시스템 아키텍처에 과감히 투자하고, 기존의 성공 공식을 스스로 깨뜨리는 ‘파괴적 혁신’에 부단히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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